[씨줄날줄] 무소속과 여소야대/오일만 논설위원

[씨줄날줄] 무소속과 여소야대/오일만 논설위원

오일만 기자
오일만 기자
입력 2016-04-15 18:02
수정 2016-04-1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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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정치 구도에서 무소속 의원이 돌풍을 일으키는 것은 뭔가 불안한 정국을 반영한다. 정당을 통한 대의민주주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한국 정치사를 보더라도 무소속 후보가 가장 많이 당선된 선거는 제2대 총선으로 204개 의석 가운데 무려 124개를 무소속이 석권했다. 1948년 200명의 초대 국회의원 가운데 무소속이 85명에 달했고, 202명을 선출한 3대 총선에서도 무소속이 70명이나 됐다. 1948년 건국 이후 어수선한 정국에서 정당정치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대신 지역의 토호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친박 무소속 연대’가 돌풍을 일으키며 25명의 무소속 당선자를 배출한 사례도 있다. 반면 정치적 안정을 중시하는 군사독재 체제였던 6·7·8대 총선에서 입후보 자격의 정당 추천 제한 등의 이유로 무소속 출마 자체가 어려워 대조를 이룬다. 무소속 당선자들은 정당이란 큰 울타리에서 벗어나 조직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당선 후에도 의정 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는다. 법안 발의는 물론 지역 예산 챙기는 문제도 정당 소속 의원들보다 불리하다. 미아나 다름없는 무소속들이 선거 이후 정당, 그것도 돈과 조직을 틀어쥔 집권당에 들어가려고 기를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소속 당선자들의 몸값은 당시의 의석 판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대체로 집권당이 성난 민심에 움츠러드는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이 무소속에겐 호황을 맞는 시기다.

이때는 집권당의 구애가 극에 이르러 금배지가 아니라 ‘다이아몬드배지’로 바뀐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이 139석으로 과반에 미달하자 16석의 무소속 의원들을 영입해 여대야소(與大野小)로 바꿨고 2000년 16대 총선에서 115석을 얻었던 새천년민주당 역시 무차별적인 무소속 영입전을 펼쳤던 기억이 새롭다. 입당한 무소속 당선자들은 노른자위 상임위와 핵심 보직으로 보상받았고 일부 의원들에겐 거액의 정치 자금이 전해졌다는 소문이 꼬리를 물었다.

집권당이 이처럼 목숨을 걸고 무소속을 영입해 반수를 넘기거나 제1당이 되려는 것은 단순한 자존심 때문이 아니다. 1당이 아니면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 구성 등에서 우위를 잃고 의회 권력을 상실하게 된다. 4·13 총선에서 과반에 턱없이 모자란 122석으로 원내 2당으로 주저앉은 새누리당이 총선 하루 만에 비박계 유승민 후보 등 무소속 당선자 7명의 무조건 복당을 결정했다고 한다.

물론 원내 제1당의 복귀를 겨냥한 꼼수다. 선거 전 대통령 존영 반납 파동을 일으키며 ‘복당은 없다’고 윽박질렀던 친박 실세들의 고함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석고대죄를 해도 모자란 판에 선거로 확인된 민심의 결정마저 마음대로 바꾸려 하다니, 후안무치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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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만 논설위원 oilman@seoul.co.kr
2016-04-1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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