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인공지능(AI)과 윤리의식/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인공지능(AI)과 윤리의식/서동철 논설위원

서동철 기자
서동철 기자
입력 2016-03-14 18:08
수정 2016-03-14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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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꺾은 소식이 담긴 어제 아침 신문에 등장한 인물은 하나같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런데 웃음기가 사라진 것은 물론 실망이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인물들도 있었다. 알파고 개발팀이라고 했다.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는 알파고의 패배에도 “알파고의 약점을 알게 해줘 고맙다”며 애써 여유를 보였다. 하지만 일선 개발자들의 표정은 허탈했다.

이세돌의 승리 이후 일각에서는 “구글 딥마인드가 흥행을 위해 알파고의 실력을 조정해 4국에 임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일기도 했다. 허사비스는 물론 “알파고는 모든 대국에 같은 버전을 쓴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그의 ‘해명’ 이전에 알파고가 최선을 다했음에도 돌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연기가 필요 없는 개발팀의 표정이 보여 주고 있었다. 이들은 “우리는 이기고 싶었다”고 외치고 있었다.

소싸움이 떠오른 것은 생뚱맞은 일이다. 애지중지 단련시킨 소가 싸움판에 나가 지는 꼴을 보고 싶은 주인은 아무도 없다. 알파고 개발자들의 심리에 싸움소 주인의 마음을 투영시킨다면 인공지능(AI)에 대한 모독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알파고 개발자들의 표정에서는 ‘인간을 넘어서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읽힌다. 이들의 강박관념이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시골 소싸움꾼의 의식처럼 단순화되었을 때 AI의 윤리 문제는 복잡해진다.

허사비스가 AI 윤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딥마인드를 이끌던 허사비스는 구글의 인수 제안에 AI 윤리위원회를 설립할 것을 조건에 넣었다. 그는 엊그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세미나에서도 “AI는 도구일 뿐으로 항상 인간을 향상시키는 데 이용해야 한다”면서 “인간 수준의 AI는 수십 년 뒤의 일이겠지만, 윤리 문제는 지금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은 반상(盤上)에서 펼쳐지는 게임일 뿐이다. 하지만 AI를 이용한 치명적자율무기체계(LAWS·lethal autonomous weapons systems)는 인류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LAWS는 화약과 핵무기에 이은 ‘제3의 무기 혁명’으로 불린다. 인간이 결정을 내리는 원격 조종 드론이나 소형 무한궤도차와 달리 인간의 개입 없이 표적을 선택하여 공격할 수 있는 무기라고 한다.

LAWS가 아니더라도 AI는 무인자동차에서부터 법률, 의학, 회계 등의 분야에서 사용될 날이 머지않다. 국내에서도 AI 로봇 범죄의 책임을 규정하고 자율성 범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렇듯 AI 시대가 가까울수록 개발 경쟁은 ‘인간 수준 뛰어넘기’가 아니라 ‘인간에게 도움 주기’가 목표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세돌에게 패한 뒤 알파고 개발자들의 어두운 표정은 그들의 관심이 오로지 인간과의 경쟁에 있음을 상징하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2016-03-1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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