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안전 트라우마/강동형 논설위원

[씨줄날줄] 안전 트라우마/강동형 논설위원

강동형 기자
입력 2015-12-07 17:58
수정 2015-12-08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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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대교 주탑에 낙뢰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케이블이 끊어졌다는 뉴스를 접했다. 인터넷 검색창을 열었다. ‘서해대교’. 총연장 7310m, 다리 폭 31.41m인 왕복 6차선 교량. 완공일은 2000년 12월 15일. 초당 65m의 강풍과 리히터 규모 6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된 교량. 주탑 높이가 182m, 다리 사이의 간격이 470m라는 ‘교량 제원’을 읽어 내려갔다.

미스터리 화재 사고 소식을 접한 뒤 떠오른 단어는 ‘안전’이라는 두 글자였다. 이어 20년 전 발생한 성수대교 붕괴 사고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1994년 10월 4일 아침. 서울시청에 출입한 지 일주일도 안 됐다. 출근을 서둘렀다. 급한 마음에 택시를 탔다. 부족한 잠을 보충하려 눈을 감았다. 라디오에서 “한강에 버스가 추락했다”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귀담아듣지 않았다. 버스기사의 운전 부주의로 발생한 단순 사고쯤으로 생각했다. 이어지는 뉴스에서 성수대교 상판이 무너졌다는 현장 기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무너진 상판 위에서 사람들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이 귓전을 스쳤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단순 사고가 아니다. 시청 출입기자가 처리해야 할 기사를 생각하며 숨이 막혔다.

교량 전문가들이 안전 점검을 하는 붕괴 현장을 취재했다. 배를 타고 성수대교 밑에 접근하고 나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고쳐서 재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전면 재시공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절차였다. 눈으로 본 성수대교는 재사용이 불가능했다. 이곳저곳에 금이 가 있었다. 금세 붕괴될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했다. 2차 붕괴를 우려해 일행은 서둘러 현장을 빠져나왔다.

성수대교 붕괴 사고는 우리 사회에 안전 관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큰 교훈을 남겼다. 교량을 관리하는 지침서가 만들어지고 예산도 편성됐다. 상시 관리 체제가 확립됐다.

큰 사고를 직간접으로 경험한 사람들이 남모르게 고통을 겪고 있는 외상을 트라우마라고 한다. 대형 사건 사고를 취재한 기자들도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된다고 한다.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면 강박증을 갖게 되는 것도 트라우마의 일종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서해대교만의 문제가 아닐 텐데. 교량 전문가들이 해상의 기상조건을 고려해 안전 관리를 하고 있을까” 하는 상념이 온종일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나도 모르게 서해대교 화재와 관련한 속보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여러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보면 나도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것 같다. ‘안전 트라우마.’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도로공사와 교량 전문가들이 서해대교 사고 원인을 밝혀낼 것으로 믿는다. 그즈음 내가 겪고 있는 트라우마도 사라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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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2015-12-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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