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이탈리아 의회의 ‘다이어트’

[씨줄날줄] 이탈리아 의회의 ‘다이어트’

구본영 기자
입력 2015-10-18 23:08
수정 2015-10-19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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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불신의 대상이 되면서 생긴 오래된 농담이 생각난다. 미녀와 임신부, 국회의원이 강에 빠졌을 때 의원을 맨 먼저 건진다는, 썰렁한 개그다. “강물의 오염을 막기 위해서”라는 기막힌 반전이 웃어넘기기엔 더없이 씁쓸했다.

의회 정치가 고장난 건 이탈리아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의회 시스템의 비생산성이나 선량들의 부패에 관한 한 우리 국회보다 한술 더 떴다고 해야겠다. 내각책임제인 이탈리아에서 지난 70년간 내각이 무려 63차례 바뀌었다. 재임 때 온갖 엽기적 스캔들로 해외 토픽을 장식했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그나마 장수했을 만큼 정정은 불안했다. 특히 상원이 이탈리아판 ‘불임(不姙) 정치’의 주요인이었다. 하원을 통과한 여하한 개혁 법안도 상원 의원들끼리 치고받고 싸우느라 ‘말짱 도루묵’이 되기 일쑤였던 탓이다.

그런 이탈리아 의회가 확 바뀔 참이다. 지난해 2월 취임한 마테오 렌치(40)총리가 의회 구조개혁에 착수하면서다. 그는 이를 위해 ‘헌법 개혁 장관직’에 신출내기 하원의원인 마리아 엘레나 보스키(34)를 임명했었다. 고질적 난제를 풀 해결사로 미모의 젊은 여성이 발탁됐을 때 이탈리아 조야에선 냉소적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타블로이드 신문들은 청소년들이 침대 머리맡에 꽂아두는 ‘핀업걸’ 사진인 양 보스키의 비키니 수영복 모습을 앞다퉈 게재했다. 그러나 보스키는 기대 이상으로 강단 있는 모습을 보였다. 며칠 전 상원은 총 315석의 상원의원을 100석으로 줄이는 구조 개혁안을 통과시켰다. 보스키 장관이 상원의원들을 일일이 만나 제 머리를 깎는 개혁을 설득해 낸 결과였다.

이탈리아 의회의 ‘다이어트’를 지켜보면서 우리 국회를 돌아보게 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의원정수와 맞물린 선거구획정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아닌가. 사실 의원 정수에 관한 한 정답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다만 헌법이 국회의원 정수를 굳이 ‘200명 이상’이라고 규정한 것은 200∼299명 사이로 하라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견해가 우세한 편이다. 현재 우리 국회의원 한 명이 대표하는 인구수는 17만 1000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 중 중간쯤 된다. 프랑스(11만명)와 독일(14만명)에 비해 많지만 일본(26만명)과 미국(69만명)에 비해선 적다.

물론 대의민주주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면 의원 숫자를 다소 늘릴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는 국민이 자신들이 뽑은 ‘머슴’들이 제구실을 한다고 인정할 때만 가능할 게다. 국민의 눈에는 지금도 300명의 의원이 저잣거리의 술안주인 양 씹히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일 정도다. 그런데도 농어촌 대표성을 살린다는 명분을 핑계로 의원 수를 슬그머니 늘리려 한다면? 정치권은 혹여 그런 꼼수가 먹혀들 것으로 착각하지 말고 이탈리아 의회의 자성 어린 결단을 돌아보는 게 옳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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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2015-10-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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