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고검장 출신 변호사의 비밀변론/박홍환 논설위원

[씨줄날줄] 고검장 출신 변호사의 비밀변론/박홍환 논설위원

박홍환 기자
입력 2015-09-21 17:52
수정 2015-09-2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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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현직 검찰총장 동생까지 연루된 이른바 ‘이용호 게이트’ 수사 당시 법조계의 해묵은 관행이 공개돼 도마에 올랐다. 지앤지그룹 회장 이용호씨의 비자금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1억원이 김태정 전 법무장관에게 건네진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장관은 이씨가 2000년 주가조작 사건으로 서울지검에 긴급 체포된 뒤 변호사 선임을 의뢰하자 이를 수락하고 검찰 후배이던 당시 임휘윤 서울지검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씨의 무혐의를 주장했다. 이후 김 전 장관은 이씨를 소개해 준 사업가에게서 이씨 돈 1억원을 받았다.

문제는 김 전 장관이 위임장이나 변호사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변호사법에는 변호사가 수사기관에 변호인 선임서나 위임장 등을 제출하지 않고 사건을 변호·대리하지 못하게 돼 있다. 결과적으로 김 전 장관은 이씨의 정식 변호인도 아니면서 전화 한 통으로 1억원을 번 셈이다. 이른바 검찰 고위직 출신 전관 변호사의 ‘전화변론’이다. 김 전 장관은 “내사 사건 변론을 맡고 선임계를 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항변했다.

사실 10여 년 전만 해도 선임계를 내지 않고 전화변론만 하는 전관 변호사들이 많았다. 한 검찰 최고위직 출신 변호사는 퇴직 후 1년 동안 수십억원을 벌었지만, 정식으로 선임계를 제출한 사건은 5~6건에 불과했다고 자랑처럼 얘기하기도 했다. 지금도 전화변론, 비밀변론은 여전히 은밀하게나마 계속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른바 ‘조커 변호사’ ‘포스트잇 선임계’라는 말이 회자된다. 조커 변호사는 대형 로펌이 사건을 맡았을 때 정식 변호인단 외에 선임계를 내지 않고 ‘고공플레이’를 하는 고위직 법관, 검사장급 이상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를 일컫는다. 황교안 국무총리도 인사청문회에서 로펌 근무 당시 선임계를 내지 않고 변론 활동을 해 왔다는 지적을 받았다. 포스트잇 선임계는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가 정식 선임계를 내지 않고 사건 서류에 자신의 이름을 적은 포스트잇을 붙여 담당 검사실에 들여보내는 것을 꼬집는 말이다. 반노골적인 압력 변론이라고 할 수 있다.

고검장 출신인 최모 변호사가 선임계를 내지 않고 변론을 한 사실이 법조윤리협의회에 적발됐다고 한다. 퇴직 후 맡은 사건 중 7건의 선임계가 없었고, 이 중 3건의 수임료 합계가 1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밀하게 수천만원, 많게는 억대의 불법 수임료를 챙긴 것이다. 대표적인 전관예우 사례다. 검찰 고위직의 이 같은 탈법 사건 수임은 압력을 통해 사건 처리를 왜곡하는 것은 물론 수임료 자체가 고액이어서 탈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근절돼야 한다. 지금처럼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로 그칠 일이 아니다. 때마침 변호사 단체들이 전관 변호사들의 이 같은 탈법 사건 수임을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변호사법 개정을 국회에 청원한다니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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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환 논설위원 stinger@seoul.co.kr

2015-09-2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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