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간통과 성매수/서동철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간통과 성매수/서동철 수석논설위원

서동철 기자
입력 2015-09-17 18:06
수정 2015-09-17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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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음한 여인과 예수’는 렘브란트를 비롯한 서양화가들이 가장 빈번하게 다룬 주제의 하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운보 김기창 화백이 예수의 생애를 다룬 30점의 연작에서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라는 제목으로 이 장면을 다루었다. 갓 쓴 선비 차림의 예수와 성난 군중에 둘러싸인 분홍 저고리와 옥색 치마를 입은 여인이 등장한다. ‘요한복음’에 나오는 대로 군중이 간음한 여인을 끌고 와 예수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시험하고 있다.

역시 구약성서의 ‘신명기’는 ‘남자가 유부녀와 통간함을 보거든 둘 다 돌로 쳐 죽일 것이니’라고 했지만 그림의 원전이라고 할 수 있는 ‘요한복음’에서부터 상대 남자의 존재는 묘사하지도 않았다. 성서의 가르침과 관계없이 율법의 적용 대상이 선택적이었다는 증거라는 해석도 있다. 반면 성서에 매춘을 경계하는 대목은 적지 않지만, 징벌을 가하는 대목을 찾기는 어렵다. 남성의 외도를 당연시 여기는 사회 분위기의 일단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스라엘의 판관이었던 삼손으로 하여금 힘이 어디서 오는지 털어놓게 한 데릴라 역시 가자의 매춘부였다.

알고 보면 간통(姦通)이라는 단어부터가 성차별적이다. 간음할 간(姦)자는 간사하다, 간악하다, 흉하다, 옳지 않다, 속이다, 어지럽게 하다처럼 온갖 나쁜 의미를 모두 담고 있다시피 하고 있다. 간(姦) 자가 계집 녀(女)의 조합으로 이루어지고, 간(姦)자와 구별 없이 쓰는 간(奸)자가 계집 녀 변인 것도 우연이 아니다. 간통이란 단어에는 남편이 있는 여성의 외도에 대한 남성 집단의 분노에 가득 찬 감정이 가감 없이 드러나 있다. 영어에서 간통을 뜻하는 ‘어덜터리’(adultery)에는 심지어 ‘신(神)의 뜻에 반한다’는 의미까지 포함되어 있다.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등도 같은 어원을 갖는다. 동서양이 한결같이 여성의 외도에 대한 악감정을 언어에서부터 표출하고 있다.

유럽국가들이 19세기 간통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도 상황은 여전했다. 같은 죄를 저질러도 여성은 남성보다 무겁게 처벌해야 하는 존재였다. 이런 의식을 담은 독일의 법체계가 일본을 거쳐 한국에 들어오면서 해방 이후까지도 존속했다. 부인이 간통을 했을 때 남편이 고소하면 부인과 상대 남성을 처벌했으나, 남편이 간통했을 때는 그 상대가 유부녀가 아닌 한 처벌하지 않는 단벌죄가 적용됐다.

간통죄 폐지 이후의 사회상을 점검한 서울신문의 ‘2015 불륜 리포트’가 화제다. 기혼 남성의 39.3%와 기혼 여성의 10.8%가 간통 경험이 있다는 보도에는 다양한 독자 반응이 뒤따랐다. 인터넷 서울신문에는 남성의 성매수를 간통이라고 볼 수 있겠느냐는 댓글도 적지 않았다. 간통이라는 표현을 남성에게 적용하는 데 대한 저항감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세상이 바뀐 것 같지만 구약성서 시대의 의식이 그렇게 많이 바뀐 것 같지는 않다.

서동철 수석논설위원 dcsuh@seoul.co.kr
2015-09-1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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