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이동통신 서비스가 첫발을 내디딘 것은 1984년이다. SK텔레콤 전신인 한국이동통신이 차량 전화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SK텔레콤은 서울올림픽이 개최됐던 1988년 휴대용전화 서비스를, KT가 2009년 아이폰으로 영상시대를 열었다. 스마트폰 가입자 4000만 시대는 목전에 와 있다. 화상통화가 일상화된 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화상을 통한 의사소통 기술이 나온 것은 제법 오래됐다. 1964년 뉴욕박람회에서 미국의 통신회사인 AT&T가 ‘화상 전화’란 이름으로 첫선을 보인 뒤 1980년대 초반 서비스가 본격화됐다. 당시에 이를 ‘안방의 지구’를 만드는 요술상자로 불렀다. 국내에는 1985년 세종로 정부청사와 과천청사 간에 화상 시스템이 처음 설치됐다. 하지만 만나서 회의를 해야 한다는 문화적인 인식으로 사용을 못하고 철거됐었다. 10년 후인 1995년에 와서야 총리실과 정부청사 간에 화상정보 시스템이 다시 구축됐다. 한국통신(지금의 KT)도 1985년 광화문전화국에 화상회의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1992년에 보다 먼 거리인 서울 신사전화국과 부산전화국을 화상시스템으로 연결했다. 근래 들어 화상회의가 크게 주목받은 것은 1991년 걸프전 때와 2011년 아일랜드 화산 폭발 때다. 항공기 테러 우려와 유럽을 뒤덮은 화산재로 이동이 쉽지 않아 이용이 급증했었다. 지금은 임장감(臨場感)을 높이는 화상의 질이 상당한 수준에 이른 상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그제 보고차 떼 지어 국회에 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해 화상회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는 “한 달여간 행정부에서 일해 보니 세종시 공무원들이 길바닥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이러한 언급이 여러 번 있었지만 구두선에 불과해 국회와 행정부를 경험한 그의 말에 신뢰가 간다. 강기윤 의원(새누리당)도 세종시 13곳 중앙행정기관 공무원들이 서울·과천청사와 국회 출장에 지출한 비용이 75억 6926만원에 달했다는 자료를 공개했다.
이들의 지적이 아니라도 세종시 이전 이후 행정의 비효율성에 대한 지적은 많았다. KTX 이용객의 절반이 국회에 업무 설명차 몸을 싣는 공무원이라는 자료도 있다. 국회 주변을 서성거리는 공무원은 노숙자에, KTX는 ‘잠자는 공간’에 비유된다. 공공기관에서는 ‘을과 병’의 관계라며 한탄한다. 세종시의 공무원이 국회를 찾는 시간에 공공기관 직원이 공무원을 찾아 나선다는 뜻이다. 올 연말이면 세종청사 공무원의 수는 1만여명으로 늘어난다. 화상회의 확충을 늦출 일이 아니다. 국회는 면전에 불러 호통치는 관행을 내려놓고 디지털 시대에 맞는 ‘스마트 정치’를 실행할 때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화상을 통한 의사소통 기술이 나온 것은 제법 오래됐다. 1964년 뉴욕박람회에서 미국의 통신회사인 AT&T가 ‘화상 전화’란 이름으로 첫선을 보인 뒤 1980년대 초반 서비스가 본격화됐다. 당시에 이를 ‘안방의 지구’를 만드는 요술상자로 불렀다. 국내에는 1985년 세종로 정부청사와 과천청사 간에 화상 시스템이 처음 설치됐다. 하지만 만나서 회의를 해야 한다는 문화적인 인식으로 사용을 못하고 철거됐었다. 10년 후인 1995년에 와서야 총리실과 정부청사 간에 화상정보 시스템이 다시 구축됐다. 한국통신(지금의 KT)도 1985년 광화문전화국에 화상회의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1992년에 보다 먼 거리인 서울 신사전화국과 부산전화국을 화상시스템으로 연결했다. 근래 들어 화상회의가 크게 주목받은 것은 1991년 걸프전 때와 2011년 아일랜드 화산 폭발 때다. 항공기 테러 우려와 유럽을 뒤덮은 화산재로 이동이 쉽지 않아 이용이 급증했었다. 지금은 임장감(臨場感)을 높이는 화상의 질이 상당한 수준에 이른 상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그제 보고차 떼 지어 국회에 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해 화상회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는 “한 달여간 행정부에서 일해 보니 세종시 공무원들이 길바닥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이러한 언급이 여러 번 있었지만 구두선에 불과해 국회와 행정부를 경험한 그의 말에 신뢰가 간다. 강기윤 의원(새누리당)도 세종시 13곳 중앙행정기관 공무원들이 서울·과천청사와 국회 출장에 지출한 비용이 75억 6926만원에 달했다는 자료를 공개했다.
이들의 지적이 아니라도 세종시 이전 이후 행정의 비효율성에 대한 지적은 많았다. KTX 이용객의 절반이 국회에 업무 설명차 몸을 싣는 공무원이라는 자료도 있다. 국회 주변을 서성거리는 공무원은 노숙자에, KTX는 ‘잠자는 공간’에 비유된다. 공공기관에서는 ‘을과 병’의 관계라며 한탄한다. 세종시의 공무원이 국회를 찾는 시간에 공공기관 직원이 공무원을 찾아 나선다는 뜻이다. 올 연말이면 세종청사 공무원의 수는 1만여명으로 늘어난다. 화상회의 확충을 늦출 일이 아니다. 국회는 면전에 불러 호통치는 관행을 내려놓고 디지털 시대에 맞는 ‘스마트 정치’를 실행할 때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4-08-19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