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가정사와 공직/문소영 논설위원

[씨줄날줄] 가정사와 공직/문소영 논설위원

입력 2014-06-03 00:00
수정 2014-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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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 3관왕이던 판사가 세도가의 사위로 ‘영입’되었다. 그는 장인이 소속한 정당과 다른 당으로 국회의원 출마도 시도했으나 장인의 반대로 좌절했다. 가족 내 존재감이 희미했다던 그는 마침내 아내에게 이혼당하고 양육권도 박탈당했다. 이혼 2년 뒤 그는 재혼하고 국회의원도 됐다. 교육감 후보로 나선 뒤 여론조사 1위를 달렸다. 그러나 미국에 거주하는 딸이 페이스북에 ‘아버지가 우리를 버렸다’는 식의 폭로를 하자 큰 위기가 왔다. 고승덕 서울시 교육감 후보의 이야기다. 고 후보는 사퇴발표인가 싶었던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딸의 폭로를 ‘정치공작’이라 주장하는 대응방식으로, 고시 3관왕의 정신세계가 4차원적임을 보여줬다. 심지어 ‘자수성가’형 인재의 이미지가 강했던 고 후보는 그 나름대로 명문가 출신임도 밝혀졌다. 아버지는 서울대 의대를 나와 서울 종로에서 개업의로 일했고, 외가의 한 삼촌은 대법관을 지냈다. 윤색된 이미지가 고착됐거나 의도적으로 ‘개천의 용’으로 코스프레한 거다.

평범한 삶을 원하는 부인을 포함해 가족들은 아버지(남편)가 선출직 공직에 나가면 반대하곤 한다. 선거기간에 폭로전으로 가족의 ‘흑역사’가 시시콜콜하게 다 드러나기도 하고, 잘못 입을 놀렸다가 세간의 뭇매를 맞기 때문이다.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의 막내아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미개한 국민’ 운운한 사례가 그것이다. 또 공직에 나서면 유명한 아버지 탓에 ‘아무개의 아들’로 사는 것도 걱정거리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후보의 아들은 그런 걱정을 SNS에 올려 30만회 이상 조회 수를 올렸다. 선출직 공직이 아니더라도 표적수사를 하면 숨기고 싶은 사생활이 우수수 쏟아지기도 한다. 최근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식과 같은 사례다. 인터넷과 SNS가 발달하기 전에는 혼외자식 등과 같은 사생활은 용케 폭로전에서 비켜갔지만, 요즘은 가족이 SNS에 의견을 피력하기 때문에 의도적·비의도적으로 해를 끼친다. 공직 출마를 꿈꾼다면 깔끔한 사생활 유지와 가족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조선시대에 양반이 계집종에게 자식을 얻으면 ‘종모법’(從母法)에 따라 그 자식도 노비가 됐다. 어머니가 여종인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이유다. 하지만 미암 유희춘과 같은 일부 양반은 얼자이자 노비인 딸 4명을 면천하려고 거금을 쓴 과정을 ‘미암일기’에 꼼꼼히 남겼다. 그것이 21세기에도 한국인이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부자(녀)의 관계다.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이번 기회에 고씨 부녀가 묵은 원한들을 정리하는 등 가정사가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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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2014-06-0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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