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로또 대박, 인생 쪽박/박찬구 논설위원

[씨줄날줄] 로또 대박, 인생 쪽박/박찬구 논설위원

입력 2014-03-07 00:00
수정 2014-03-0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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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Lotto)는 ‘행운’이라는 뜻을 가진 이탈리아 말이다. 1530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공공사업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번호 추첨식 복권을 발매한 게 로또의 시초가 됐다. 더 멀게는 기원전 100년쯤 중국 진나라에서 복권게임으로 마련된 기금이 만리장성 건립에 일부 활용됐다고 한다.

우리나라 복권의 역사는 조선 후기 민간협동체인 산통계(算筒契)에서 각 계원의 이름이나 번호를 표시한 알을 통 속에 넣고 흔들어, 알이 빠진 사람에게 많은 할증금을 준 데서 찾을 수 있다. 근대 들어 우리나라 최초의 복권은 1947년 대한올림픽위원회가 발행한 올림픽 후원권이었다. 제16회 런던 올림픽 참가경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액면가 100원으로 140만장이 발행됐고, 1등 당첨금은 100만원이었다. 쌀 한 가마가 8300원쯤 하던 시절이다. 정기복권은 1969년 처음 나왔다. 한국주택은행이 발행한 주택복권으로, 1등 당첨금은 300만원이었다.

우리나라에 로또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02년 12월이다. 열풍을 넘어 광풍이었다. 이듬해 4월 19회차 407억원이 지금까지 최고 1등 당첨금액이다. 과열을 우려한 정부가 로또 1장 판매금액을 2000원에서 1000원으로 내리면서 100억대 당첨 사례는 뜸해졌다. 최근에는 매주 6, 7명의 1등 당첨자들이 20억원 안팎을 나눠 갖는 게 보통이다.

지난달까지 로또복권의 판매금액은 모두 30조 8023억원을 넘어섰다. 갖은 인생역전의 꿈과 행운, 낙담이 그 안에 묻혔다. 판매액의 42%는 소외계층 등을 돕기 위한 복권기금으로 사용됐지만, 극단과 충격의 사례도 드물지 않았다. 수백만~수천만원을 들여 상습으로 복권을 샀다가 당첨이 되지 않자 스스로 목숨을 끊는가 하면, 거액의 당첨금을 탕진한 뒤 낙담해 세상을 등지는 이들도 있었다. 해외에서도 무려 287억원에 이르는 복권에 당첨된 미국 켄터키주 애슐랜드 출신의 남성이 12년 뒤 빈털터리로 거지가 된 채 고독사하는가 하면, 30억원의 로또에 당첨된 영국 노스 요크의 남성이 8년 뒤 무일푼으로 전락한 사연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05년 7월 로또복권 1등에 당첨돼 14억여원을 손에 쥔 경남 진주의 20대 수배자가 2년 만에 전액을 탕진하고 감옥에 다녀온 뒤 또다시 절도행각을 벌이다 쇠고랑을 찼다. 30대가 된 그는 도피 과정에서 훔친 돈으로 로또를 수없이 구입했다고 한다. 하지만 요행은 그를 두 번 찾지 않았다. 로또 대박이, 깨어나 보니 인생 쪽박인 얄궂은 꿈이다. 오늘이 어제 같은 범인(凡人)의 일상에서는 당첨의 환상만으로도 로또의 매력이 족할지 모를 일이다.

박찬구 논설위원 ckpark@seoul.co.kr
2014-03-0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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