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하게 매운 음식으로 유명한 중국 후난(湖南)성의 작은 마을 사오산(韶山)에 탕뤼런(湯瑞仁)이란 할머니가 있다. 1930년생이니까 올해로 83세 노파다. 사오산은 중국에서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오쩌둥(毛澤東)의 고향. 탕뤼런이 성탄절인 지난 25일 오후 1시 마을 중심 둥팡훙(東方紅·동방홍) 광장의 마오쩌둥 동상을 찾아 큰 절을 올렸다고 중국 언론들이 전했다. 손자의 부축을 받으며 마오 동상 앞에 선 탕뤼런은 “마오쩌둥 만세”를 외친 뒤 두 손을 모아 무릎 꿇고 이마를 콘크리트 바닥에 붙였다고 한다. 4년 전인 2009년 현지에서 만난 탕뤼런의 모습이 선하다.
마오가 신중국 건국후 10년, 고향을 떠난 지 32년 만인 1959년 6월 홀연 사오산의 고향 집을 찾아왔을 때의 일이다. 수천만명을 아사(餓死)시킨 ‘대약진운동’ 책임을 지고 국가주석직을 내려놓은 지 두 달여 만이어서 위세가 한참 꺾여 있을 때였다. 고향 방문 이틀째 새벽, 마을을 산책하던 마오는 갑자기 탕뤼런의 집을 찾았고, 그녀의 가족들과 환하게 웃으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다. 한 장의 사진이 남겨졌다. ‘마오쩌둥과 고향사람들’. 고향에서 심기일전한 마오는 권력을 되찾아 문화대혁명 광풍을 일으켰고, 탕뤼런 등은 홍위병이 되어 전위에서 그를 온몸으로 지지했다.
마오 사후 탕뤼런은 사오산에 ‘그때 그 사진’을 내걸고 식당 겸 여관인 ‘마오자(毛家)반점’을 열어 참배객들을 맞았다. 사오산을 찾는 ‘마오교(敎) 신도’가 연간 수천만명에 이르니 장사는 걱정할 일도 아니었다. 중국 전역은 물론 해외까지 영업망을 넓혀 연간 11억위안(약 1900억원)의 수익을 올리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쯤 되면 탕뤼런에게 마오는 신 그 이상인 셈이다.
후난성을 중심으로 중국 곳곳에서는 마오의 작은 동상을 집안이나 차량에 모셔두고 평안신이나 재물신으로 섬기는 사람들이 많다. 신격화를 넘어 실제 ‘마오신’으로 섬기고 있는 것이다.
마오 탄생 120주년인 그제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비롯한 중국 최고지도부 7명 전원은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의 ‘마오주석기념당’을 찾아 마오 시신을 참배했다. 시 주석은 기념연설을 통해 “마오 사상의 기치를 들고 전진하자”고 역설했다. 문화대혁명 당시 오지로 내쫓겨 큰 고초를 겪은 시 주석으로서는 마오에 대한 생각이 남다를 수도 있겠지만 여느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마오를 치켜세웠다. 마오를 신처럼 받드는 수많은 탕뤼런이 있는 중국에서 ‘마오쩌둥 재평가’는 지난한 길이 될 듯싶다.
박홍환 논설위원 stinger@seoul.co.kr
마오가 신중국 건국후 10년, 고향을 떠난 지 32년 만인 1959년 6월 홀연 사오산의 고향 집을 찾아왔을 때의 일이다. 수천만명을 아사(餓死)시킨 ‘대약진운동’ 책임을 지고 국가주석직을 내려놓은 지 두 달여 만이어서 위세가 한참 꺾여 있을 때였다. 고향 방문 이틀째 새벽, 마을을 산책하던 마오는 갑자기 탕뤼런의 집을 찾았고, 그녀의 가족들과 환하게 웃으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다. 한 장의 사진이 남겨졌다. ‘마오쩌둥과 고향사람들’. 고향에서 심기일전한 마오는 권력을 되찾아 문화대혁명 광풍을 일으켰고, 탕뤼런 등은 홍위병이 되어 전위에서 그를 온몸으로 지지했다.
마오 사후 탕뤼런은 사오산에 ‘그때 그 사진’을 내걸고 식당 겸 여관인 ‘마오자(毛家)반점’을 열어 참배객들을 맞았다. 사오산을 찾는 ‘마오교(敎) 신도’가 연간 수천만명에 이르니 장사는 걱정할 일도 아니었다. 중국 전역은 물론 해외까지 영업망을 넓혀 연간 11억위안(약 1900억원)의 수익을 올리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쯤 되면 탕뤼런에게 마오는 신 그 이상인 셈이다.
후난성을 중심으로 중국 곳곳에서는 마오의 작은 동상을 집안이나 차량에 모셔두고 평안신이나 재물신으로 섬기는 사람들이 많다. 신격화를 넘어 실제 ‘마오신’으로 섬기고 있는 것이다.
마오 탄생 120주년인 그제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비롯한 중국 최고지도부 7명 전원은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의 ‘마오주석기념당’을 찾아 마오 시신을 참배했다. 시 주석은 기념연설을 통해 “마오 사상의 기치를 들고 전진하자”고 역설했다. 문화대혁명 당시 오지로 내쫓겨 큰 고초를 겪은 시 주석으로서는 마오에 대한 생각이 남다를 수도 있겠지만 여느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마오를 치켜세웠다. 마오를 신처럼 받드는 수많은 탕뤼런이 있는 중국에서 ‘마오쩌둥 재평가’는 지난한 길이 될 듯싶다.
박홍환 논설위원 stinger@seoul.co.kr
2013-12-28 2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