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욱 이등병조는 해군 첩보부대의 특수공작요원이었다. 그는 1950년 8월 24일 16명의 전우와 북한 치하의 인천 영흥도로 잠입했다. 이후 인천과 서울, 수원의 적진을 뚫고 적의 병력배치 상황과 화력 등 정보를 수집했다. 연합군에 전달된 이들의 정보가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상륙작전 하루 전인 9월 14일 적인 북한군의 영흥도 공격에 일부 공작대 요원이 포위되고 말았다. 홍 이등병조는 소총으로 6명의 적을 사살했다. 마지막 한 발이 남자 그는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고는 불과 스물 둘의 나이에 자결했다. 생포될 경우 기밀 유지가 어려울 것을 우려한 결단이었다. 이등병조는 현재의 중사에 해당하는 계급이다.
6·25전쟁의 영웅이지만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데 홍시욱 이등병조가 해군의 최신예 유도탄 고속함(PKG)의 이름으로 되살아났다는 소식이다. 방위사업청이 어제 유도탄 고속함의 11번째 함정인 ‘홍시욱’함을 해군에 인도했다는 것이다. 홍시욱함은 해군의 노후한 고속정을 대체하는 450t급 고속함이다. 함대함유도탄과 76㎜ 함포를 비롯한 최신 무기체계를 갖추고 최대 40노트(74㎞/h)로 연근해 초계임무를 수행하는 함정으로 알려진다.
함정의 이름은 그동안 철저하게 역사적 위인의 몫이었다. 3900t급 구축함은 광개토대왕함, 을지문덕함, 양만춘함이다. 고구려 영웅들이다. 4400t급 구축함은 이순신함과 문무대왕함, 대조영함으로 지어졌다. 7600t급 한국형 이지스함에는 세종대왕, 이이, 류성룡의 이름이 붙여졌다. 장보고급 잠수함은 임진왜란 당시 성웅 이순신(李舜臣) 휘하의 또 다른 이순신(李純信), 나대용, 이억기 장군의 이름을 땄다. 함정 이름은 2008년 유도탄 고속함 1호가 윤영하함으로 명명되면서 역사적 인물에서 탈피하기 시작한다. 윤영하함의 작명은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6명의 용사를 기리는 뜻에서 이루어졌다. 윤영하 소령은 당시 격전을 벌인 참수리호 정장이었다.
홍시욱함과 동시에 진수된 유도탄 고속함인 임병래함과 홍대선함도 전쟁 승리에 공헌한 이름 없는 군인들을 기억하자는 의미를 갖는다. 임병래 중위는 해군 특공대 조장으로 홍시욱 이등병조와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홍대선 삼등병조는 1952년 1월 4일 옹진반도 순위도 주민의 철수작전 도중 피란민들에게 총격을 가하는 북한군에 돌진해 장렬한 최후를 마쳤다고 한다. 왕후장상이 아닌 잊힌 작은 영웅들을 현실에 재진입시키는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해군의 진일보한 의식이 바탕이 됐을 것이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6·25전쟁의 영웅이지만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데 홍시욱 이등병조가 해군의 최신예 유도탄 고속함(PKG)의 이름으로 되살아났다는 소식이다. 방위사업청이 어제 유도탄 고속함의 11번째 함정인 ‘홍시욱’함을 해군에 인도했다는 것이다. 홍시욱함은 해군의 노후한 고속정을 대체하는 450t급 고속함이다. 함대함유도탄과 76㎜ 함포를 비롯한 최신 무기체계를 갖추고 최대 40노트(74㎞/h)로 연근해 초계임무를 수행하는 함정으로 알려진다.
함정의 이름은 그동안 철저하게 역사적 위인의 몫이었다. 3900t급 구축함은 광개토대왕함, 을지문덕함, 양만춘함이다. 고구려 영웅들이다. 4400t급 구축함은 이순신함과 문무대왕함, 대조영함으로 지어졌다. 7600t급 한국형 이지스함에는 세종대왕, 이이, 류성룡의 이름이 붙여졌다. 장보고급 잠수함은 임진왜란 당시 성웅 이순신(李舜臣) 휘하의 또 다른 이순신(李純信), 나대용, 이억기 장군의 이름을 땄다. 함정 이름은 2008년 유도탄 고속함 1호가 윤영하함으로 명명되면서 역사적 인물에서 탈피하기 시작한다. 윤영하함의 작명은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6명의 용사를 기리는 뜻에서 이루어졌다. 윤영하 소령은 당시 격전을 벌인 참수리호 정장이었다.
홍시욱함과 동시에 진수된 유도탄 고속함인 임병래함과 홍대선함도 전쟁 승리에 공헌한 이름 없는 군인들을 기억하자는 의미를 갖는다. 임병래 중위는 해군 특공대 조장으로 홍시욱 이등병조와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홍대선 삼등병조는 1952년 1월 4일 옹진반도 순위도 주민의 철수작전 도중 피란민들에게 총격을 가하는 북한군에 돌진해 장렬한 최후를 마쳤다고 한다. 왕후장상이 아닌 잊힌 작은 영웅들을 현실에 재진입시키는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해군의 진일보한 의식이 바탕이 됐을 것이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2013-10-05 2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