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대부업체 광고 유감/문소영 논설위원

[씨줄날줄] 대부업체 광고 유감/문소영 논설위원

입력 2013-08-30 00:00
수정 2013-08-3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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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체의 광고는 늘 논란이 됐다. 2007년 대부업체들의 연간 대출이자율은 60%를 넘었다. 대중에게 친근한 인기 연예인들을 광고모델로 등장시켜 대출을 한껏 부추겼다. 당시 젊은 층이 즐기는 영화채널 등 케이블TV의 광고는 대부분 대부업체 광고로 가득했다. 인기연예인들은 대부업체 광고 출연을 질타하는 언론들이 늘어나자 출연을 포기했다. 대부업체 광고를 규제하라는 여론을 진화하려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입해 대부업체의 광고에 대출금리를 크게 부각시키고, 대출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문구를 반영하도록 하기도 했다.

그런데 얼마 전 대부업계의 최강자인 러시앤캐시의 케이블TV 광고를 보며 눈과 귀를 의심했다. 파워포인트(PPT) 발표도 하고, 요가원과 헬스클럽을 다니며 고급 미장원과 고급 양복점을 이용하는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하는 연인이 나오는 광고다. “나 오늘 러시앤캐시에서 대출받았어”라는 남자 목소리로 시작한다. 이어 여자가 “은행이랑 카드 놔두고 왜?”라고 질문하고, 남자는 “바쁠 땐 쉽고 간단한 거로”라고 답한다. 여자가 “거기 이자 비싸지 않아?”라고 질문해 ‘여자는 똑똑하군’이라는 생각이 들려는 찰나, 남자는 “버스랑 지하철만 탈 수 있나. 바쁠 땐 택시도 타고”라고 설득한다. 똑똑한 척했던 여자는 “하긴~ 시간은 돈이니까”라고 수긍하고, 연인은 “조금 비싼 대신” “편하고 안심되는 거”라고 맞장구 친 뒤 “좋은 서비스란 그런 게 아닐까?”라고 마침표를 찍는다.

제3금융권인 대부업체의 대출이자도 이제 연간 법정이자 상한인 40% 이하로 내려왔다. 하지만 제1금융권인 은행 대출이자 5~7%의 6~8배이고, 제2금융권인 카드의 현금서비스 12%와 비교해도 3~4배가 된다. 대부업체는 편하고 안심되는 모범택시가 될 수 없다. 그 광고는 성공적인 직장인도 대부업체를 이용한다는 환상을, 금융상식이 크게 부족한 젊은 층에게 설득력 있게 심어준다. 2008년 러시앤캐시가 밝힌 고객분석에 따르면, 러시앤캐시 고객의 68%가 급여소득자로, 30대가 38%로 다수를 차지한다. 이 점을 파악하면 이 광고의 표적이 누구인지 더 정확해진다.

현대차의 2012년 영업이익률은 9.96%였다. 금융투자의 귀재로 손꼽히는 ‘오마하의 현자’ 워런 버핏의 투자수익률이 평균 20%대이다. 그러니 이자로 39%를 내는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려 쓴다는 것은 곧 쪽박을 찰 수 있다는 의미다. 그 광고에 자막으로 뜨는 ‘과도한 빚은 당신에게 큰 불행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라는 구절만이 그 광고의 유일한 진실일지 모른다. 현혹되면 안 된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2013-08-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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