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표절과 인용 사이/문소영 논설위원

[씨줄날줄] 표절과 인용 사이/문소영 논설위원

입력 2013-07-10 00:00
수정 2013-07-10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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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시비에 패가망신 리스크는 높아지는데 논문을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하다.” 지난 3월 특수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던 후배는 이런 장탄식을 날렸다. 한창 논문 표절문제가 사회적 화두가 되고 ‘지식 도둑질’에 대한 응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던 때였다. 자기계발 강사 김미경, 방송인 김미화씨가 석사 논문 표절 의혹으로 방송에서 하차하고, 배우 김혜수씨 또한 석사논문 표절을 시인하고 학위를 반납한 것도 그 무렵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이성한 경찰청장,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 등은 표절 논란에 대해 구두 사과로 어물쩍 넘어갔지만 명백히 공인(公人)의 반열에 드는지도 불분명한 방송인들은 비교적 가혹한 대가를 치른 셈이다.

표절을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해 명확하게 답을 내놓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듯하다. 어려서부터 글쓰기에 단련된 서양과 달리, 우리는 남의 글을 인용해 글을 쓸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조차 제대로 훈련이 돼 있지 않다. 논문을 작성할 때도 인용한 논문의 출처를 밝혀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세부사항에 들어가면 헷갈리기 일쑤다. 미국에서는 관사(a, an, the)와 오브(of)와 같은 전치사를 포함해 6개의 단어를 연속 인용하면 안 되고, 단어 6개 이상을 인용할땐 반드시 큰따옴표(“ ”)를 사용하도록 돼 있다. 출처의 페이지는 물론 재인용의 경우도 원래의 출전을 밝힌 뒤 재인용자를 밝혀야 한다. 40단어 이상을 따올 때는 큰따옴표는 별도의 블록을 만들어 주고 글자의 크기도 변경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와 관련,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2011년 인용의 원칙을 인터넷을 통해 제시한 바 있다. “출처를 밝혔더라도 원문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면 따옴표 등 직접 인용 방법을 통해 표현해야 하고, ‘간접 인용’ 방법을 사용하려면 한 문장에 두 단어 이상을 연속으로 동일하게 써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런 그가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누군가가 영국 액시터대학에서 경찰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의 논문을 살펴본 뒤 ‘26곳에서 따옴표를 사용해 직접 인용해야 할 부분이 간접 인용으로 처리됐다’며 표절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자 표 전 교수의 논문을 심사한 영국 지도교수가 “인용 부호 오류”라며 표절 의혹을 일축하는 이메일을 보내왔다고 표 전 교수가 블로그에 9일 밝혔다. 아직 대학 측의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시대는 학위 논문에 대해 한층 엄정한 검증을 요구한다. 그러나 비전문적 입장에서 학문의 잣대를 떠나 스토킹 수준으로 시시비비를 가리겠다고 나서는 것은 삼가할 일이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2013-07-1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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