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금융 CEO 고액연봉/오승호 논설위원

[씨줄날줄] 금융 CEO 고액연봉/오승호 논설위원

입력 2013-06-25 00:00
수정 2013-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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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발생 한 해 전인 1996년의 화두는 이듬해 경기의 연착륙 여부였다. 당시 실물경제에서 가장 큰 문제로 고(高)임금 체계가 꼽혔다. 그해 상반기 경기가 악화됐는데도 국내 은행들은 13~15%씩 임금을 올렸다. 인상률이 22%인 곳도 나왔다. 영업 성과와 상관없이 무조건 다른 은행 수준으로 올리고 보자는 기류가 강했다. 결국 1997년 말 외환위기가 발생해 은행권에서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1998년에는 5개 은행이 퇴출됐다.

1996년 당시 재정경제원은 외국처럼 억대 연봉 공기업 사장을 탄생시킬 제도 도입을 검토한 적이 있다. 공기업에 전문경영인제를 도입, 경영 및 인사상의 강력한 권한을 주고 경영 성과가 좋으면 이익의 일정 비율을 현금이나 자사주로 주고 실적이 나쁘면 경질하는 방식이다. 최고경영자가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생산성 향상과 이익 증대를 위해 노력하도록 유인하려는 취지였다.

국내 은행장들의 몸값이 뛰기 시작한 것은 외환위기를 겪고 난 다음이다. 은행들이 부실로 도산이나 인수·합병(M&A)을 하면서 역량 있는 은행장을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이들이 스카우트 대상이었다. 2억원대 연봉을 받는 시중은행장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고 전철환 전 한국은행 총재는 김대중 정부 때 한은 총재 연봉이 2억원 이상이 되면 안 된다는 지론을 폈다고 한다. 과학적인 근거는 없었겠지만, 나라 경제가 위기에 처한 분위기를 고려한 조치였을 것이다. 지금도 한은 총재 연봉은 3억 4000만원으로 시중은행장이나 금융지주회사 회장에 비해 훨씬 적다.

지난해 세계 15대 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의 평균 연봉이 전년에 비해 10% 줄었다. 금융 위기에도 높은 연봉을 받아온 것에 대한 반감 등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의회는 지난 3월 역내 은행 임직원들의 보너스를 연봉의 100% 이내로 제한하는 법안에 합의했다. 전세계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보너스 제한 규정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금융지주사 회장의 연봉이 30억원에 육박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800만원씩 버는 셈이다. 서울 시내버스 운전기사의 평균 월급은 300만원, 택시기사는 187만원이다. 미국 의회가 은행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기의 원인인 대형 은행들의 모럴 해저드를 막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에서 월가의 탐욕을 흉내내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올해 1분기 국내 은행들의 수익은 반 토막이 났다. 은행들의 고비용 구조를 혁파할 기회라고 본다.

오승호 논설위원 os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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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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