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벼랑끝 저널리즘/문소영 논설위원

[씨줄날줄] 벼랑끝 저널리즘/문소영 논설위원

입력 2013-06-17 00:00
수정 2013-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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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없는 정부와 정부 없는 신문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주저 없이 후자를 택하겠다.” 1787년 미국의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언론의 자유를 옹호한 유명한 말을 남겼다. 권력이 언론의 자유를 통제하려 할 때마다 금과옥조처럼 인용되는 말이다. 그러나 제퍼슨은 1800년 대통령이 되고 나서 입장을 바꿨다. “신문을 읽지 않는 사람은 읽는 사람보다 진실에 가깝다”라는 발언으로 언론에 대해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고, 더 심한 말도 했다. “대통령에 관해 신문에 실린 내용은 아무것도 사실이 없다. 기자들 손 좀 봐야겠다.”

신문·잡지·TV·라디오 등 매스미디어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작성한 기사나 그에 대한 활동을 우리는 저널리즘(Journalism)이라고 부른다. 저널리즘의 라틴어 어원인 지우르나(Jiurna)가 종이에 쓴 일기나 기록을 말하는 것임을 감안하면, 당초 저널리즘은 종이 기록에 국한된 것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뉴미디어가 나오면 모두 저널리즘 범주로 포괄됐다. 라디오, TV, 케이블 TV는 물론 1990년 후반에 등장한 인터넷신문도 ‘인터넷 저널리즘’으로 통한다. 최근엔 네이버·다음 등 포털들이 ‘포털 저널리즘’이란 이름으로 맹활약을 하고 있다.

저널리즘의 원조인 종이신문은 뉴미디어에 압도된 상황이다.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한국은 속도와 정도가 좀 심하다. 전통미디어임을 강조하지만 올드미디어(Old media)라는 이름처럼 늙은 종이호랑이가 된 게 아닌가 싶다. 2012년 기준으로 포털에서 뉴스를 접하는 사람은 93%, 더 이상 종이신문을 읽지 않는 사람은 59.1%나 된다. 신문 정기구독률은 1996년 69.3%에서 2012년 24.7%로 가파르게 추락했다. 열독률은 2002년 82.1%에서 2012년 40.9%로 반토막 났다. 인터넷 포털과 치열하게 경쟁해 활로를 찾아야 할 종이신문 입장에선 더 이상의 최악이 없을 것 같은 상황이다.

그런데 악재가 또 터졌다. 최근 배임 혐의를 받는 모 신문사 사주가 기자들을 해고하고 편집국을 폐쇄했다. 한국 언론 사상 초유의 일이다. 특정 회사의 노사 갈등이라고 치부하기엔 언론 전체가 입을 피해가 너무 커 보인다. 정론직필해야 할 기자들에게 회사의 꼭두각시가 되겠다는 서명을 요구했다하니, 언론은 정치권력뿐 아니라 자본권력에도 성가신 존재인 모양이다. 하지만 권력과 자본에 굴하지 않는 불편한 존재가 빛을 발할 때 국민의 알 권리는 보장된다. 저널리스트에게 굴종을 강요하는 나라에서 권력과 자본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제4부로서의 언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2013-06-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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