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연탄과 번개탄/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연탄과 번개탄/박현갑 논설위원

입력 2013-06-06 00:00
수정 2013-06-06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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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서민생활의 주된 난방 연료는 연탄이었다. 연탄은 뚫린 19개 구멍으로 들어오는 밑불과 산소로 스스로를 태운다. 연탄은 생명의 불꽃이었다. 집집마다 ‘연탄 당번’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연탄불 갈기는 겨울을 나는 데 중요한 일상이었다. 보통 가정용 연탄 보일러는 연탄 두 장을 쓰는데 아래쪽에 놓인 연탄 구멍과 위쪽 연탄의 구멍이 잘 맞아야 제대로 연소가 되면서 열기가 보일러 관을 통해 방안으로 들어간다. 다 타버린 연탄은 연탄집게를 이용해 버리고 새 연탄으로 바꿔주는데 이때 구멍에서 올라오는 일산화탄소를 피할 길이 없다. 두 연탄이 착 달라붙어 있을 때도 많아 부엌칼 등으로 틈새를 벌려 겨우 새 연탄으로 갈 때도 있다. 보일러 구멍 조절도 중요하다. 열고 닫는 정도를 제대로 가늠하지 않으면 연탄이 빨리 타버리거나 중간에 꺼져버리기 때문이다. 연탄불이 꺼지면 신문지나 휴지를 불쏘시개 삼아 불을 붙이는데 불씨가 잘 일어나지 않아 가스를 마셔 가며 호호 불었던 기억을 기성세대라면 한번쯤은 다 갖고 있을 것이다. 연탄가스 중독사 기사도 심심찮게 신문지면을 장식하던 때다.

이런 불편을 해결하는 게 번개탄이다. 톱밥에 알코올, 아교 등을 섞어 만든 번개탄은 스스로를 불살라 연탄의 밑불이 됐다. 연탄이나 번개탄은 서민생활에 쌀만큼이나 생활필수품이었다. 겨울철이면 집집마다 연탄 보일러 창구에 연탄을 빼꼭히 쌓아놓는 일은 중대사였다. 지게꾼이 지게에 연탄을 짊어지고 산비탈 골목길을 오르내리는 풍경은 1970년대에는 흔한 풍경이었다.

연탄 수요는 1980년대 후반부터 급감하다 외환위기 이후 다시 늘었다. 요즘은 도시가스 보급 등으로 난방체계가 바뀌어 연탄 사용이 대폭 줄었으나 아직도 연탄에 의존하는 가구가 적지 않다.

에너지원으로서 연탄 이용이 줄면서 번개탄의 쓰임새도 바뀌고 있다. 겨울의 보일러실뿐만 아니라 여름 물놀이터에서는 석화나 새우구이 용도로, 야영장 등에서는 삼겹살 등 고기를 구울 때 사용하는 숯불 도우미로 주목받고 있다.

삶의 연장이자 재충전의 상징물이던 연탄과 번개탄이 최근 들어서는 자살도구로 더 많이 오르내리고 있어 안타깝다. 생계형 근로자, 대학입시에 실패한 수험생, 유명 연예인, 영화제작자, 전 구의회 의장, 전직 장관에 이르기까지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번개탄을 이용했다. 목숨을 스스로 끊으려 할 때는 그만 한 이유가 있겠지만 자신을 불살라 서민의 겨울나기를 도운 연탄과 번개탄의 의미를 한번쯤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박현갑 논설위원 eagledu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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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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