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토네이도의 위력/손성진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토네이도의 위력/손성진 수석논설위원

입력 2013-05-23 00:00
수정 2013-05-23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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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 전화 끊어야겠어요. 송아지가 날아다녀요.” 1996년 작 미국 영화 ‘트위스터’에 나오는 배우 자미 게르츠의 대사다. 회오리바람이라는 뜻의 트위스터는 토네이도와 동의어다. 1.5t짜리 자동차도 날려보내는 토네이도이니 수십㎏밖에 되지 않는 송아지쯤이야, 과장하지 않아도 풍선처럼 공중에 날릴 수 있다. 토네이도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집을 완파하고 트럭을 휘감아 박살내기도 한다. 1931년 미국 미네소타주에서는 117명을 태운 83t 무게의 열차를 들어올렸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지난 21일 미국 오클라호마주 무어시를 집어삼킨 토네이도는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몇백배나 되는 위력을 보였다고 한다. 토네이도의 등급은 이 분야 연구의 선구자인 후지타의 이름을 따 후지타 규모 F0에서 F5까지 여섯 단계로 분류된다. 최고 등급인 F5 등급은 발생률이 1%도 안 되지만 자동차만 한 물체를 100m 이상 날려버릴 정도의 위력이다. 2007년부터는 후지타 등급을 개선,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한 EF 등급을 적용하고 있다. 무어시를 덮친 이번 토네이도는 최대 시속 320㎞ 이상을 기록, 최고등급인 EF5를 받았다. 역사상 최악의 피해를 부른 토네이도는 1925년 미국 미주리주에서 발생한 것으로, 당시 695명이 숨졌다. 2011년에는 미주리주 조플린에서 토네이도로 161명이 목숨을 잃었다.

토네이도는 태풍이나 허리케인, 사이클론과는 다르다. 80%가 미국에서 발생하지만 호주와 중국, 유럽에서도 일어난다. 흥미로운 것은 일사량이 많고 충분한 비가 내리는 대평원 곡창지대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아직 토네이도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명확히 밝혀내지 못했다. 다만, 고온다습한 공기가 불안정한 조건에서 상승할 때 형성된다는 정도만 알아냈다. 상승한 공기가 천천히 회전하고 아래쪽으로 확장되어 깔때기 모양을 만들어 지면에서 진공청소기처럼 감아 올린다는 것이다. 토네이도는 넓은 평야지대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산이 많은 우리나라 육지에서는 일어나기 어렵다. 그러나 바다에서는 ‘용오름’이라는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작은 토네이도쯤으로 보면 된다. 용이 승천하는 모양 같다고 해서 붙여진 우리 고유의 이름이다. 동해안에서 발생한 용오름으로 해안가의 민가에 하늘에서 물고기들이 떨어진 적이 있다고 한다.

대자연 앞에서 인간은 너무나 초라하다. 토네이도의 잦은 습격은 원인이 분명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지구 온난화가 부른 라니냐 현상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인간의 탐욕이 결국 재앙으로 돌아오는 것일까.

손성진 수석논설위원 sonsj@seoul.co.kr

2013-05-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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