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애플과 팍스콘/정기홍 논설위원

[씨줄날줄] 애플과 팍스콘/정기홍 논설위원

입력 2013-05-17 00:00
수정 2013-05-17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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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세계적인 경제학자 랑셴핑은 그의 저서 ‘부자 중국, 가난한 중국인’에서 “중국인의 삶은 왜 고달프고, 중국산 제품의 품질은 낮은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는 중국인의 가난한 호주머니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고임금을 주는 기업에 취업을 하지 못하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미국과 함께 세계 주요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의 ‘대국굴기’(大??起 ) 이면에 감춰진 중국인의 궁핍한 속사정을 잘 대변한다. 그는 이 책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지로 전락한 중국 산업계의 비참한 현실을 꼬집는다.

미국 애플의 아이폰 등을 OEM 방식으로 생산하는 중국 팍스콘은 얼마 전 ‘소음모델’이란 제도를 도입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근무 시간에 업무와 관련 없는 대화는 일절 못하게 하고, 이를 위반하면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팍스콘이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은 애플로부터 아이폰 500만대를 재생산하라는 요구를 받고 무려 10억 위안(약 1815억원)의 손해를 입은 데 따른 것이다. 팍스콘의 한 해 아이폰 OEM 이윤이 15억~20억 위안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금액인 셈이다.

이런 가혹한 근무환경 때문인가. 2010년 근로자 17명이 연쇄 자살한 팍스콘에서 최근 3명의 근로자가 또 목숨을 끊어 ‘투신 자살의 망령’이 다시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최근 애플에 납품하는 아이폰의 불량률이 높아지면서 업무 강도가 세진 것과 무관치 않다고 한다. ‘팍스콘의 비극’은 이미 3년 전 근로자들의 잇단 자살 때 예견됐다. 애플은 팍스콘 근로자의 이 같은 노동 환경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고 있다. 중국의 근로조건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살인적인 근로시간에 시간당 평균임금은 인근 태국의 2달러보다도 적은 0.8달러 수준이다.

하청 업체인 팍스콘은 애플의 요구 사항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처지다. 팍스콘은 이 같은 구도에서 비용을 줄이고 이윤을 챙기려면 ‘을(乙) 중 을’인 자사의 근로자를 또 쥐어짜야 한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유통업체의 밀어내기식 갑을 관계와 별반 다를 게 없는 구조다. 이는 중국의 싼 노동력을 착취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애플은 팍스콘 근로자들의 비극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미끈한 첨단기기에 숨겨진 ‘미국의 위선’을 보여 주는 상징이란 힐난을 새겨들어야 한다.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팀 쿡이 조만간 61만 달러(약 6억 7710만원)짜리 티타임 이벤트에 초대된다고 한다. 지금 한가하게 불구경할 때는 아닌 듯하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3-05-1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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