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닭도 못 먹는다고?

[길섶에서] 닭도 못 먹는다고?

박상숙 기자
박상숙 기자
입력 2024-07-25 03:53
수정 2024-07-25 03:5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이미지 확대
“죄송한데 전 ‘프루테리언’(fruitarian)이에요.”

영화 ‘노팅힐’에서 남자 주인공의 소개팅녀가 육식 위주의 저녁상을 거부하며 내뱉은 말이다. 채식주의자를 넘어 나무에서 ‘저절로’ 떨어진 과일만 먹는다는 의미다. 식탁 위의 당근 요리도 “살해당했다”며 질색한다.

채소나 과일에도 감정을 느끼는데 하물며 살아 움직이는 존재의 살생에 대해 느끼는 죄책감은 더 클 터다. 산골 소녀와 슈퍼 돼지의 우정을 그린 영화 ‘옥자’를 보면서 과몰입 금물을 중얼거렸던 기억이 있다. 혹여 옥자 때문에 삼겹살 앞에서 주저하게 될까 봐서다.

개식용 금지에 탄력받은 동물단체가 복날을 맞아 닭도 먹지 말자는 캠페인을 들고 나왔다. 이러다 인간에게 허락된 식재료가 남아날까 싶다.

동학의 2대 교주 최시형은 이천식천(以天食天) 개념을 제시했다. 천지만물이 모두 하늘이며 사람과 동식물이 서로를 먹고 사는 것은 매한가지라는 것이다. 사람이 땅에 묻히면 자연에 ‘먹히는 것’이니 우리가 먹는 것에 대해 죄책감 대신 존중감을 가지면 된다는 것이다.
2024-07-25 30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의대 증원 논쟁 당신의 생각은? 
의료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의정 갈등 중재안으로 정부에 2026년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의사 증원을 하지 말자는 얘기와 같다. 현실성이 없는 주장”이라며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의료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당장 2025년 의대 증원부터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예정대로 매년 증원해야 한다
2025년부터 증원을 유예해야 한다
2026년부터 증원을 유예해야 한다
잘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