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군고구마는 뭐니 뭐니 해도 겨울 음식이었다. 고구마 자체는 가을에 수확하는 작물이지만 군고구마만큼은 달랐다. 퇴근길 아버지 손에 들린 누런 봉투 속 여전히 식지 않은 군고구마야 말한들 뭣했겠나. 입천장 다 벗겨질 듯 뜨거운 군고구마 베어 먹고 후후거리다 얼얼한 동치미나 서걱서걱 썰어 놓은 김장 김치 곁들여 먹으며 겨울이 한창임을 문득 깨달았다.
저장 기술이 좋아진 덕에 이제 여름에도 군고구마를 심심찮게 먹는다. 아내가 사 온 고구마를 구워 주말 늦은 아침을 때웠다. 늘 그랬듯 기막힌 맛이었지만, 계절을 잃어버린 음식에 추억은 더욱 새록하다.
2022-06-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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