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찔레 덩굴 인근에 샛노란 꽃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시골서 자랄 때 자주 본 듯한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이럴 땐 스마트폰이 제 몫을 한다. 네이버의 ‘스마트렌즈’를 켜 촬영하니 ‘애기똥풀’이란 이름이 뜬다. 몇 걸음 더 가니 어른 키만 한 나무에 흰 꽃이 주렁주렁 달렸다. ‘때죽나무’라고 뜬다. 스마트렌즈는 식물이나 상품, 인물 등 거의 모든 피사체가 뭔지 알려 주는 ‘척척박사’다. 고맙긴 한데 걱정도 된다. 내비게이션 등장 후 길눈이 어두워진 것처럼 기억력이 퇴화하지는 않을까.
2022-05-17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