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갈증/이동구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갈증/이동구 수석논설위원

이동구 기자
입력 2021-03-28 20:18
수정 2021-03-29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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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을 준비하는 지인들의 하소연을 듣는 일이 잦아진다.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되돌아보니 아무것도 남은 게 없네”라고들 한다. “이뤄 놓은 것도, 재물도, 사람도 별로 남아 있질 않다”는 푸념이 대부분이다. 기어코 오고야 마는 은퇴 후의 삶에 대한 기대와 불안감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에 그들의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평생을 쉼없이 노고하지만 성공을 맛보지도 못하고 마냥 지치고 고달프지만 무엇을 위해 그 고생을 하는지를 알 수가 없다”며 눈앞의 이득과 즐거움만을 추구하는 삶을 어리석고 무의미하다고 설파했던 어느 선현의 가르침이 떠오른다. 그렇다고 어떤 구속이나 속박도 없이 절대 자유를 만끽하며 한가로이 지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막연히 전염된 불안감 때문일까. 작은 욕망들을 자꾸만 떠올려 보고 싶어진다. 억지춘향이라고 해도 괜찮다. 반드시 이루겠다는 것도 아닌 데다 하고픈 게 딱히 정해진 것도 없다. 그저 새로운 것을 경험해 보고 싶어진다. 여행이 좋을까. 잊고 있었던 책들을 읽어 볼까. 운동이나 악기를 배워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에 나설까. 이도 저도 아니면 의기를 투합할 수 있는 새로운 만남을 기대해 볼까. 자꾸만 갈증이 생긴다. 봄을 타는 것인가.

yidonggu@seoul.co.kr

2021-03-29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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