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좀비농장’ 농막에서/문소영 논설실장

[길섶에서] ‘좀비농장’ 농막에서/문소영 논설실장

문소영 기자
입력 2020-07-05 20:46
수정 2020-07-06 01:5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농막(農幕)은 ‘농사짓는 데 편리하도록 논밭 근처에 간단하게 지은 집’이라고 국어사전은 정의한다. 그러나 농막은 법적 지위가 있다. 농지법 제2조에 정의가, 농지법 시행규칙 제3조2항에 ‘농자재 및 농기계 보관, 수확 농산물 간이 처리 또는 농작업 중 일시 휴식을 위해 설치하는 시설로 연면적 20제곱미터 이하로, 주거목적이 아닌 경우로 한정한다’고 돼 있다. 즉 6평 이하여야 하고 숙박이 안 된다.

지난 주말 경기도 가평에서 농사짓는 번역가의 농막을 방문했다. ‘좀비농장’. 100평 가까운 땅을 개간해 상추와 고추, 고구마, 옥수수, 들깨, 사과나무와 복숭아나무, 매실나무(매화)를 열심히 기르고 있다. 산비탈을 끼고 있는 농지의 끝에 지은 농막은 언덕배기에 있어서, 전망이 마치 아테네 신전 같았다. 거기서 참숯에 돼지목살을 구워 먹고 코펠에 내린 커피 한 잔을 마시니 잡스러운 세상일을 모두 잊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배터리가 5%도 안 되는 부실한 몸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충만했다. “자고 가라”고 했으나 숙박은 불가했다.

또 다른 수확도 있었으니, 종묘상에서 사라진 고구마 모종을 좀비농장에서 끊어 온 것이다. 시기가 좀 늦었지만, 그래도 11월에는 뭔가 수확할 수 있겠지.

symun@seoul.co.kr
2020-07-06 29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전북특별자치도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가능할까?
전북도가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도전을 공식화했습니다. 전북도는 오래전부터 유치를 준비해 왔다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지난해 ‘세계잼버리’ 부실운영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상황이라 유치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전북도의 올림픽 유치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가능하다
불가능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