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아파트에 왜 ‘살구’/문소영 논설실장

[길섶에서] 아파트에 왜 ‘살구’/문소영 논설실장

문소영 기자
입력 2020-06-30 20:22
수정 2020-07-01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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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입구 오른쪽 나무는 초봄에 화사한 분홍꽃을 피운다. 이사한 첫해 첫봄에는 벚꽃인 줄 알았다. 초여름에 이르러 그 나무가 버찌가 아닌 살구를 떨어뜨려 “살구나무구나” 했다. 지난주 아파트 2층 계단참에서 문득 창밖을 보니 파사드 지붕 위로 살구나무가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살구가 너무 많이 달려서 축 처졌다. 창문을 뛰어넘어 저 살구를 구해 올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 올봄 냉해가 심했는데, 그 위험을 뚫고 힘내서 자란 살구가 그대로 썩어 버린다면 슬플 것 같았다. 진심으로, 공짜로 먹으려는 ‘양잿물 심보’는 아니다.

그래도 살구가 아파트 소유인데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는 것인지를 알고자 서울시설공단 고위 관계자와 다수의 ‘민변’ 변호사님에게 시시콜콜 문의해 봤다. 이분들은 “안 된다”가 아니라 “하지 말라, 다친다”며 말렸다. 관리사무소에서 농약을 살포하기 때문에 “위험하다”고도 했다. 농약은 자연 상태에서 일주일이면 자체 분해돼 위험요소가 아니다. 그래도 위험하다는 만류를 뿌리칠 수 없어 그 땡땡하고 연한 살구를 그냥 내버려 뒀다. 10일쯤 지난 주말, 2층 계단참에서 파사드 지붕 쪽을 바라보니, 예쁜 살구는 이제 검게 상했다.

살구야 미안해! 아파트에 왜 홀로 ‘살구’!!!

김길영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대표의원, ‘2026 강남 페스티벌’ 전 일정 함께하며 축제 성공 이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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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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