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적 전통인 제사에 대한 고정관념도 많이 바뀌는 것 같다. 1년에 제사를 여러 번 지내는 사람으로서 주변에 물어보면 여러 제사를 합쳐서 지내거나 절에 맡기는 가정도 적지 않다. 아예 지내지 않는다는 집도 있다. 지내는 시간도 늦은 밤에서 초저녁으로 바뀌고 있다.
격식을 따지셨던 부모님이 살아계셨더라면 ‘경을 칠 일’이라고 나무라실지 모르지만, 나도 간소화의 흐름에 스스로 얹히기로 했다. 할머니 제사를 할아버지 제사에 합치기로 한 것이다.
사실상 지내지 않겠다는 것과 같아서 손자의 도리를 저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고 집안 어른들의 의견을 듣고 결정을 내리기도 쉽지는 않았다.
수일 전 42번째이자 마지막 할머니 제사를 지냈다. 사신(辭神·제사 절차의 하나로 신을 보내는 일)을 하면서 제주(祭主)인 내가 “할머니, 내년부터는 할아버지 제사 때 오세요”라고 고(告)했다.
그러자 30대인 사촌 여동생이 뒤이어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할머니, 요즘 이렇게 하는 게 ‘트렌드’예요.”
너무 우스워 속으로 킥킥거리며 웃음을 참느라 혼이 났다. 하늘에 계신 할머니도 섭섭해하시기보다는 손녀의 깜찍한 한마디에 덩달아 웃으시면서 모든 것을 용서하실 것 같았다.
sonsj@seoul.co.kr
격식을 따지셨던 부모님이 살아계셨더라면 ‘경을 칠 일’이라고 나무라실지 모르지만, 나도 간소화의 흐름에 스스로 얹히기로 했다. 할머니 제사를 할아버지 제사에 합치기로 한 것이다.
사실상 지내지 않겠다는 것과 같아서 손자의 도리를 저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고 집안 어른들의 의견을 듣고 결정을 내리기도 쉽지는 않았다.
수일 전 42번째이자 마지막 할머니 제사를 지냈다. 사신(辭神·제사 절차의 하나로 신을 보내는 일)을 하면서 제주(祭主)인 내가 “할머니, 내년부터는 할아버지 제사 때 오세요”라고 고(告)했다.
그러자 30대인 사촌 여동생이 뒤이어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할머니, 요즘 이렇게 하는 게 ‘트렌드’예요.”
너무 우스워 속으로 킥킥거리며 웃음을 참느라 혼이 났다. 하늘에 계신 할머니도 섭섭해하시기보다는 손녀의 깜찍한 한마디에 덩달아 웃으시면서 모든 것을 용서하실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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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17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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