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골목길/이동구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골목길/이동구 수석논설위원

이동구 기자
입력 2019-10-10 17:32
수정 2019-10-11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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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매력은 골목골목, 구석구석마다 역사와 이야기들을 품고 있는 데 있다. 도심 직장인들이 자주 찾는 피맛골(높은 벼슬의 관리가 종로 큰길을 오갈 때 평민들이나 낮은 벼슬의 관리들이 마주치지 않으려고 다니던 뒷골목)을 비롯해 광화문, 종로, 충무로 등 골목마다 숱한 이야기들을 간직하고 있다.

북악산 한쪽 자락에 위치한 종로구 부암동은 문학인들의 자취가 많이 남아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윤동주문학관이 있고 소설가 현진건도 이곳에서 살았다. 자연히 횡보 염상섭, 월탄 박종화 등 당대의 시인, 소설가들이 이 일대를 중심으로 어울리고, 문학과 시대의 아픔을 이야기했다. 윤동주문학관 뒤편의 ‘시인의 언덕’도 이런 사연을 담고 있어 시민들의 발길을 이끈다.

경복궁 옆 ‘서촌’은 윤동주의 하숙집이 있었던 곳이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는 시인의 마음이 전해질 듯한 곳이다. 웬만해서는 부끄러움조차 느끼지 못하는 사회가 됐지만, 서촌의 골목길을 찾는다면 ‘서시’(序詩)를 한 번쯤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 “염치(廉恥)가 없음을 부끄러워한다면 치욕스런 일이 없을 것이다”라는 경구를 떠올리며….

yidonggu@seoul.co.kr
2019-10-1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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