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이동 ‘점집’/김균미 대기자

[길섶에서] 이동 ‘점집’/김균미 대기자

김균미 기자
입력 2019-10-03 17:38
수정 2019-10-04 01:4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오가는 길목에 눈길을 끄는 차가 서 있다. 닭꼬치와 떡볶이를 파는 푸드트럭들과 외양은 비슷한데 전혀 다른 것을 판다. 사주와 궁합, 타로, 손금 등을 봐준다. 개조한 차량 안에는 작은 탁자와 의자들이 놓여 있다. 주인으로 보이는 육십 전후의 여성이 이동 점집을 지키고 있다.

주변에 타로 카페와 사주 카페도 몇 군데 있어 장사가 될까 싶었는데 1년 넘게 같은 장소에 있는 걸 보면 찾는 이가 적지는 않은 모양이다. 젊은 남녀가 나란히 앉아 진지하게 뭔가 듣고 있기도 하고, 여성 혼자 또는 여럿이 앉아 있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 차 밖에 줄 서서 기다리는 경우도 간혹 있다.

문득 1980~90년대 대학가 주변의 점집이 생각난다. 번듯한 사무실에서 ‘영업’을 하는 곳도 있었지만, 길가에 천막을 치고 점을 봐주던 곳이 많았다. 낚시용 의자에 쪼그리고 앉아 심각하게 사주 풀이를 듣던 청춘들이 떠오른다. 재미 삼아 찾지만, 답답한데 고민을 털어놓을 사람이 마땅히 없을 때 눈에 들어오는 게 점집 간판이다. 믿지는 않아도 좋다는 얘기를 들으면 기분 좋고, 안좋은 얘기를 들으면 찜찜한 게 점이다. 불안할수록 점집이 잘된다고 한다. 오늘도 이동 점집에서 작은 ‘위로’를 받고 나오는 이들을 지나쳐 간다.

kmkim@seoul.co.kr
2019-10-04 29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전북특별자치도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가능할까?
전북도가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도전을 공식화했습니다. 전북도는 오래전부터 유치를 준비해 왔다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지난해 ‘세계잼버리’ 부실운영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상황이라 유치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전북도의 올림픽 유치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가능하다
불가능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