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언제나 그대로인 것들/손성진 논설고문

[길섶에서] 언제나 그대로인 것들/손성진 논설고문

손성진 기자
입력 2019-05-16 17:24
수정 2019-05-17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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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늘 정해진 시간에 출발한다. 은행은 오전 9시면 문을 어김없이 연다. 인간이 만든 것이나 하는 일 중에도 언제나 그대로인 것들이 있다.

언제 봐도 변함 없는 것들에서 문득 살아 있는 나를 느낄 때가 있다.

자연과 절대자는 말 그대로 만고불변이다. 인간이 만들 수도 없고 범접할 수도 없는 늘 그대로인 존재.

폭풍우가 몰아쳐도 산은 꿈쩍하지 않는다. 겨울을 견딘 나무는 여느 해처럼 무성한 이파리를 키워낸다. 태양은 변함 없이 동녘에서 떠오른다.

우리 인간만 갈대처럼 이리저리 흔들린다. 분간을 못 하고 갈팡질팡한다. 어제 생각 다르고 오늘 생각 다르다. 눈앞의 이익을 좇으며 인간은 혼돈에 빠진 세상을 더 혼돈스럽게 한다.

갈피를 잡지 못하며 방황하는 인간은 ‘언제나 그대로인 것’들에 기대고자 한다. 산에 오르고 바다를 찾아 위안을 얻고자 한다. 그런 인간을 자연은 넉넉한 품으로 품어준다.

하나님, 부처님 앞에서 변절하는 자신을 뉘우치고 의지한다. 절대자는 말없이 손을 내밀어 거둬준다. 또 하나의 절대자, 어머니. 방랑하는 자식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뿐이다. 그런 존재들에게 늘 그대로 있는 법을 배워야 한다.

sonsj@seoul.co.kr
2019-05-17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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