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쓰다가 흐름이 막히거나 생각이 꼬이면 화장실에 간다. 배설을 해야 생각이 풀려서가 아니다. 사무실이 있는 10층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이 화장실이다. 널찍한 화장실 통창 앞에 서면 길 건너 정면에 고풍스러운 벽돌 건물인 성공회 성당이 아늑함을 선사한다. 그 왼쪽으로는 덕수궁이 한눈에 들어온다. ‘명품 전망’이 따로 없다. 고궁의 나무들 덕분에 계절을 가장 빠르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덕수궁 뒤로는 높은 건물도 많지 않아 해질녘 노을이 황홀할 정도다. 컴퓨터 모니터에 눈을 고정하느라 피곤해진 눈과 머릿속이 호강하는 순간이다.
화장실은 예전에 집 뒤나 마당 귀퉁이가 제자리였다. ‘뒷간’이나 ‘측간’으로 불린 것도 그 때문이다. 통풍을 고려했겠지만, 건물을 지을 때 소외받은 것도 사실이다. 수세식으로 바뀌면서 지금은 방으로까지 들어오는 대접을 받지만, 위치는 여전히 창이 없는 구석자리다. 오피스 빌딩에서도 전망 좋은 방은 고위 간부들이 차지하기 마련이다. 수년 전 이곳에 화장실이 생겼을 때는 공간이 아깝다고 여겼다. 지금은 ‘참 넉넉한 배치’란 생각이 든다. 10층의 모든 근무자들이 명품 전망을 공유할 수 있어서다. 사무실을 배치하다 우연히 이렇게 됐겠지만, 누군가의 배려심도 깃들어 있기를 기대해 본다.
sdragon@seoul.co.kr
화장실은 예전에 집 뒤나 마당 귀퉁이가 제자리였다. ‘뒷간’이나 ‘측간’으로 불린 것도 그 때문이다. 통풍을 고려했겠지만, 건물을 지을 때 소외받은 것도 사실이다. 수세식으로 바뀌면서 지금은 방으로까지 들어오는 대접을 받지만, 위치는 여전히 창이 없는 구석자리다. 오피스 빌딩에서도 전망 좋은 방은 고위 간부들이 차지하기 마련이다. 수년 전 이곳에 화장실이 생겼을 때는 공간이 아깝다고 여겼다. 지금은 ‘참 넉넉한 배치’란 생각이 든다. 10층의 모든 근무자들이 명품 전망을 공유할 수 있어서다. 사무실을 배치하다 우연히 이렇게 됐겠지만, 누군가의 배려심도 깃들어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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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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