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아내가 변했다/진경호 논설위원

[길섶에서] 아내가 변했다/진경호 논설위원

진경호 기자
진경호 기자
입력 2018-04-16 23:16
수정 2018-04-17 09:27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전엔 그랬다. 어쩌다 아내와 TV 드라마를 볼 때면 절대 해선 안 되는 금기어가 있었다. “쟤 누구야? 예쁘네!.” 쟤가 누구냐고? 불행하게도 그 예쁜 여주인공 이름을 한 번도 아내에게 들어 본 적이 없다. “예쁘긴 뭘 예뻐. 다 뜯어고친 얼굴이네.” 타박만 받았다. 그 뒤론 ‘예쁜 쟤’는커녕 그 드라마 자체를 보기 어려워졌다. ‘예쁜 쟤’를 TV에서 계속 보려면 일단 쟤를 향해 커진 동공부터 숨겨야 했다. 절대 쟤 이름을 물어서도 안 됐다. “쟨 연기가 왜 저래?” 이래야 다음 주에도 쟤를 볼 수 있었다.

바뀌었다. “호오, 쟤 누구지? 화면이 확 사네~.” “그러게. 어쩜 저렇게 늘씬해. 얼굴은 사과만 하고, 하 참 예쁘네.” 같이 감탄한다.

그러고 보니 아내의 변화는 또 있었다. 늦은 밤 전화다. 사라졌다. 자정을 넘겨도 더는 “언제 와?” 하고 묻지 않는다. 조심스레 방문을 열고 들어가면 한참 전에 잠든 기색이다.

이제 이 사람도 늙는구나, 삶에 좀 여유가 생겼구나 했다. 한데, 가만 보니 그게 아닌 듯하다. 내가 늙은 걸, 한눈팔아도 별수 없는 걸 알아버린 게 분명하다. 변한 건… 아내가 아니다. 이런.

jade@seoul.co.kr
2018-04-17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2 / 5
“도수치료 보장 안됩니다” 실손보험 개편안, 의료비 절감 해법인가 재산권 침해인가
정부가 실손의료보험 개편을 본격 추진하면서 보험료 인상과 의료비 통제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비급여 진료비 관리 강화와 5세대 실손보험 도입을 핵심으로 한 개편안은 과잉 의료 이용을 막고 보험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하지만 의료계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국민 재산권 침해와 의료 선택권 제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과잉진료를 막아 전체 보험가입자의 보험료를 절감할 수 있다.
기존보험 가입자의 재산권을 침해한 처사다.
2 / 5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