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회에서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면 잃어버린 일기장을 찾은 것처럼 반갑다. 한때 소중했지만 어딘가에서 잃어버린뒤 갖고 있던 사실조차 잊었던 것. 일기에 얽힌 기억의 실타래가 풀리듯 친구의 얼굴에선 까마득히 잊고 있던 ‘우리들의 삶’이 되살아난다. 한동안 멀리하던 동창회에 쉰이 넘어 웬만하면 나가려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엊그제 고등학교 동창들 송년회에 나가니 친구들이 작년보다 확연히 줄었다. 그러고 보니 작년엔 재작년보다 적었던 것 같다. 한 친구가 나름의 분석을 한다. 50대 들어 은퇴자가 늘면서란다. 은퇴하면 시간이 넉넉하니 더 많이 나오지 않을까? 그동안의 내 생각이 너무 짧았나 보다.
동창회에 가면 명함을 주고받는 게 일상이었다. 출세한 친구가 오면 마이크를 넘겨 인사말을 하게 했다. 학교 명예를 높인 친구들이다. 한데 모임 분위기는 왠지 경색돼 보였다. 보이지 않는 위계가 느껴졌다. 그나마 현직에 있을 땐 아낌없이 박수를 치던 친구들. 쉰을 훌쩍 넘으니 내밀 명함이 마땅치 않아져선가. 하나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나이 들수록 동창회는 은퇴한 친구들을 배려하는 모임이 되어야 할 듯싶다.
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엊그제 고등학교 동창들 송년회에 나가니 친구들이 작년보다 확연히 줄었다. 그러고 보니 작년엔 재작년보다 적었던 것 같다. 한 친구가 나름의 분석을 한다. 50대 들어 은퇴자가 늘면서란다. 은퇴하면 시간이 넉넉하니 더 많이 나오지 않을까? 그동안의 내 생각이 너무 짧았나 보다.
동창회에 가면 명함을 주고받는 게 일상이었다. 출세한 친구가 오면 마이크를 넘겨 인사말을 하게 했다. 학교 명예를 높인 친구들이다. 한데 모임 분위기는 왠지 경색돼 보였다. 보이지 않는 위계가 느껴졌다. 그나마 현직에 있을 땐 아낌없이 박수를 치던 친구들. 쉰을 훌쩍 넘으니 내밀 명함이 마땅치 않아져선가. 하나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나이 들수록 동창회는 은퇴한 친구들을 배려하는 모임이 되어야 할 듯싶다.
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2016-12-19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