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지인의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책상 위에 놓인 다이어리의 글자가 눈길을 끌었다. 춘풍추상(春風秋霜). 글씨는 눈에 익어 누구의 필체인지 알 것 같은데, 뜻은 알 듯 말 듯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부연 설명이 깨알같이 적혀 있다. 대인춘풍(待人春風) 지기추상(持己秋霜)의 줄임말이었다. 직역하면 타인은 봄바람처럼 대하고, 자신을 지키는 데는 가을 서리처럼 하라는 얘기다. 이 글을 쓴 고 신영복 선생은 춘풍추상 아래에 ‘남을 대하기는 춘풍처럼 관대하게 하고, 자기를 지키기는 추상같이 엄정하게 해야 한다’며 이러한 자세가 ‘대화와 소통의 전제’라는 설명을 붙여 놓았다.
우리 주변에는 춘풍추상과는 정반대로 타인의 잘못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엄하게 평가하면서 자기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한없이 너그럽게 평가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최순실씨 국정 농단 사건도 결국은 춘풍추상을 반대로 실천한 결과물이 아닐까 한다. 지인의 사무실을 나오면서 잊고 있었던 ‘춘풍추상’의 의미를 되뇌어 본다. 타인에게 관대하고 자기 자신에게는 엄격해야 한다는 얘기는 언제 들어도 새롭다.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우리 주변에는 춘풍추상과는 정반대로 타인의 잘못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엄하게 평가하면서 자기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한없이 너그럽게 평가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최순실씨 국정 농단 사건도 결국은 춘풍추상을 반대로 실천한 결과물이 아닐까 한다. 지인의 사무실을 나오면서 잊고 있었던 ‘춘풍추상’의 의미를 되뇌어 본다. 타인에게 관대하고 자기 자신에게는 엄격해야 한다는 얘기는 언제 들어도 새롭다.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2016-11-23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