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장맛/구본영 논설고문

[길섶에서] 장맛/구본영 논설고문

구본영 기자
입력 2016-10-18 22:42
수정 2016-10-19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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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점심 때 예전에 자주 가던 작은 가정식 백반집에 오랜만에 들렀다. 이른바 ‘김영란법’의 영향 때문인지 인근의 값비싼 음식집들이 한산한 것과 달리 손님들로 북적였다.

비빔밥의 양념인 된장 맛이 여전했다. 입에 착 달라붙는 감칠맛이 일품이었다. 주방장이자 사장인 아주머니께 비결을 물었다. 그러자 “오래 숙성시키는 것 말고는…”이라는 평범한 답이 돌아왔다. 하긴 우리 음식은 한약을 달이듯 장시간 정성을 들여야 곰삭은 맛이 나는 게 대부분이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일 듯싶다.

미국 가수 밥 딜런이 노벨 문학상을 받았단다. 시적인 그의 노랫말에 매료된 기자에게도 스웨덴 한림원의 결정이 꽤 파격적으로 비쳤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수상 자격이 충분하다고 여겨졌다. 포크에서 시작했지만, 75세 노년에 접어들기까지 록과 컨트리, 블루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음유시인’의 역량을 숙성시켜 온 그가 아닌가. 반짝 아이디어나 자극적 언행으로 인기를 끌려는 이들로 넘치는 부박한 세태 탓일까. 그의 노벨상 수상 소식에 ‘뚝배기보다 장맛’이라는 속담을 떠올리게 된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2016-10-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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