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들꽃/이경형 주필

[길섶에서] 들꽃/이경형 주필

입력 2016-04-25 23:12
수정 2016-04-25 23:39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옅은 황사가 끼긴 했지만 강가 버드나무에 앉아 있는 가마우지의 윤곽은 보인다.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 둑길을 따라 걷는다. 길섶은 온통 초록색이다. 그냥 지나치면 풀밭에 불과하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관찰하면 눈앞엔 작은 풀꽃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자주색 꽃잎의 병꽃풀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한참을 걷다가 보물찾기라도 하듯 길섶을 살핀다. 노란색의 꽃다지가 흰 꽃을 피운 냉이와 어깨동무를 하며 속삭이고 있다. 게으른 봄날에 노란 꽃잎들을 날려 보낸 민들레는 벌써 갓털 씨앗을 머리에 이고 있다. 보라색의 제비꽃도 만난다. 성급한 애기똥풀은 노란 꽃망울을 몇 개씩 터뜨렸다. 앙증맞은 파란색 꽃잎에 노란 수술이 나 있는 꽃마리, 마치 광대가 부는 나팔 같은 진분홍의 꽃자루를 뽐내는 광대나물꽃들도 작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것들의 제 이름을 팽개치고 함부로 들꽃이라고 부르지 말자. 가까이서 보면 저마다 아름다운 자태가 넘쳐난다. 수수함 속에서도 야생화의 고집스러운 기품이 배어 있다. 나는 그동안 정말 가까이서 사람들을 본 적이 있는가. 그리고 그만이 지닌 아름다움을 찾으려고 노력한 적이 있던가.

이경형 주필 khlee@seoul.co.kr
2016-04-26 31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전북특별자치도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가능할까?
전북도가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도전을 공식화했습니다. 전북도는 오래전부터 유치를 준비해 왔다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지난해 ‘세계잼버리’ 부실운영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상황이라 유치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전북도의 올림픽 유치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가능하다
불가능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