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이브다. 갖가지 장식품으로 치장한 트리가 반짝거리며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한다. 광화문에서도, 청계천에서도, 시청 앞에서도 트리들이 잠시나마 눈길을 돌려 보라고 재촉하는 듯하다. 온통 검고 어두운 인파 속에서 빨간 장갑에 빨간 머플러를 두른 젊은 연인들이 멋지다. 사랑을 상징하는 빨간색이 유난한 때다. 만나는 사람들이 “메리 크리스마스”라며 인사한다. 정겹다. 크리스마스가 명절처럼 생활 속으로 들어와 있다.
해마다 크리스마스를 맞지만 느낌은 달라지는 것 같다. 한껏 설레고 들뜬 적도 없지 않았다. 세월의 흐름에 무뎌지는 감성 탓일 게다. “또 저무는구나”라는 쪽이다. 정리하는 홀가분함도, 새해를 향한 희망도 예전 같지 않다.
그래도 크리스마스이브가 좋다. 모든 이들을 드러내 놓고 축복할 수 있어서다. 딸내미에게는 더욱 특별하다. 잊어 버릴 수 없는 날이다. 생일이다. “크리스마스 선물, 생일 선물 따로 따로”라며 똑부러지게 요구하면 “우리 가족 말고도 세상 사람들이 축하해 주잖아”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새록새록하다. 이젠 어엿한 숙녀다. “메리 크리스마스, 해피 버스데이.”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해마다 크리스마스를 맞지만 느낌은 달라지는 것 같다. 한껏 설레고 들뜬 적도 없지 않았다. 세월의 흐름에 무뎌지는 감성 탓일 게다. “또 저무는구나”라는 쪽이다. 정리하는 홀가분함도, 새해를 향한 희망도 예전 같지 않다.
그래도 크리스마스이브가 좋다. 모든 이들을 드러내 놓고 축복할 수 있어서다. 딸내미에게는 더욱 특별하다. 잊어 버릴 수 없는 날이다. 생일이다. “크리스마스 선물, 생일 선물 따로 따로”라며 똑부러지게 요구하면 “우리 가족 말고도 세상 사람들이 축하해 주잖아”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새록새록하다. 이젠 어엿한 숙녀다. “메리 크리스마스, 해피 버스데이.”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2015-12-25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