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잃어버린 신발/주병철 논설위원

[길섶에서] 잃어버린 신발/주병철 논설위원

주병철 기자
입력 2015-09-17 18:06
수정 2015-09-17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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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드물지만 신발을 잃어버린 뒷얘기가 심심찮게 대화의 소재가 된 적이 있었다. 주로 음식점이나 상가(喪家)에 들렀다 생긴 일들이다. 이럴 때 주인이나 상주는 참 난감하다. 새로 샀거나 애착을 가진 신발이라면 당사자는 말은 못해도 언짢은 표정을 감추질 못한다. 하지만 상황은 오래가지 않는다. 자신의 신발로 착각했거나 취중에 실수로 바꿔 신은 사람은 다음날 같은 장소에 나타난다. 더러 비싼 신발을 고의로 훔쳐가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신발을 잃어버린 사람은 ‘참 재수가 없다’고 투덜댄다. 대신 새 신발을 사 신는 핑계가 된다. 남의 신발을 신고 간 사람은 ‘정신을 놓고 다닌다’는 주위의 핀잔을 듣는다. 하지만 자신의 느슨한 마음가짐을 다잡는 계기가 된다.

최근 정치권의 유력 인사가 행사장에서 누굴 만나기 위해 실내로 잠깐 들어갔다 나왔는데 신발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한 사람은 보스(?)의 복을 좀 받으려고 누군가 신발을 훔쳐갔다고 했고, 또 다른 사람은 이래저래 마음이 아픈 보스의 고통을 신발에 날려보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정작 본인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2015-09-1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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