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처량한 중생(衆生)/손성진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처량한 중생(衆生)/손성진 수석논설위원

손성진 기자
입력 2015-06-04 00:10
수정 2015-06-04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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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날 때마다 책을 선물하는 지인에게서 최근에 받은 책이 신영복 교수의 ‘담론’이다. 강의 내용을 엮었다는 머리말만 읽고는 아직 책꽂이에 꽂아 두고 있다. 서점에 가면 스스럼없이 몇 권을 살 만큼 책을 모으는 욕심이 많지만 읽는 의지가 부족하다. 서가에 꽂힌 책의 절반쯤은 그저 장식용품이다.

5일에 책 한 권을 읽는다는 어느 선배의 말에 감동하여 책을 사 모으지만 말고 읽어 보자고 스스로 독려하며 ‘읽은 책 리스트’를 쓰기 시작한 때가 2012년 3월이었다. 3년 석 달간 기록한 리스트를 찾아보니 종이책, 전자책 합쳐서 지금 읽고 있는 ‘신중국사’까지 27권이다. 한 달 반에 한 권꼴이니 선배의 독서량에는 족탈불급이다.

사실 출퇴근 시간만 잘 활용해도 적지 않은 독서를 할 수 있다. 1980년대만 해도 지하철에서 독서하는 사람들이 많아 ‘삼중당문고’ 같은 포켓 문고가 인기를 끌었고 지하철역마다 서점이 있었다. 전자서적의 등장으로 훨씬 편히 독서를 할 수 있게 됐지만 말초적인 모바일 게임에 열중하는 중생(衆生)들을 보면 처량하게만 느껴진다. 게임은 안 해도 멍하니 시간만 보내는 나 또한 처량한 중생의 일부일 뿐이다.

손성진 수석논설위원 sonsj@seoul.co.kr
2015-06-0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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