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자식의 이기심/손성진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자식의 이기심/손성진 수석논설위원

손성진 기자
입력 2015-03-15 18:02
수정 2015-03-15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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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 계신 어머니가 한 달이 넘게 병석에 누워 계신다. 이제 여든. 자식들 키우느라 고생하시고 편히 지낼 만하신데 병환이 위중하다. 예전에야 팔순이면 장수한다고 했지만 적어도 아흔은 넘겨야 하는데 안타까울 뿐이다. 병원에서도 도리가 없다고 하니 멀리 떨어져 있는 자식으로서 가끔 찾아뵙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도리어 위독할 때도 내 스케줄을 먼저 확인하고 문안을 가는 등의 이기심을 이겨 낼 수가 없다. 병환 걱정보다 병원비 걱정을 더 하는 내 모습도 부끄럽다.

긴 병에 효자 없다고는 하지만 부모와 자식이 반대가 되었다면 어땠을까. 반신불수인 자식을 수십 년간이나 제발 죽지만 말아 달라며 지극 정성으로 간호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우리는 흔히 목격한다. 이기적인 치사랑과는 다르게 내리사랑, 모성애는 자신의 인생마저 내팽개칠 만큼 무조건적이다. 그에 비하면 자식이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은 반의반도 되지 않는 것 같다. 돌아가시는 날까지 곁에서 부모를 돌보고 사후에도 삼년상을 치렀던 그 옛날 효성의 실종은 나에게만 해당하는 것일까. 불효자임을 알면서도 고치지 못하는 이기적인 나를 어떻게 해야 하나.

손성진 수석논설위원 sonsj@seoul.co.kr
2015-03-1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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