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잡초의 힘/오일만 논설위원

[길섶에서] 잡초의 힘/오일만 논설위원

입력 2014-11-01 00:00
수정 2014-11-01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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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밭에서 벼가 나거나 보리밭에서 밀이 나오면 잡초 취급을 받지요. 보리밭에 난 밀처럼 자신의 진가를 인정받지 못해 뽑혀 버려지는 삶 또한 얼마나 많겠습니까.” 우리나라 최고의 야생 들풀 연구자인 강병화 명예교수(고려대)의 말이다. 그는 엄밀한 의미에서 잡초는 없으며 모든 들풀은 제각기 자연의 조화 속에서 존재의 가치가 있다고 강조한다.

성적이라는 획일된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우리의 교육 시스템. 공부는 좀 못해도 끼와 개성을 지닌 학생들을 분위기 흐리는 잡초로 백안시한다. 광고천재 이제석씨를 보자. 세계 최고 광고제에서 대상을 휩쓸었지만 중·고등학교 때 공부를 못해 선생들 사이에서 ‘평균 성적을 갉아먹는’ 잉여인간으로 불렸다. 지방대 미대를 나와 취업도 못해 간판 아르바이트로 전전하다가 능력으로 평가하는 미국에서 재능을 꽃피웠다. 그는 말한다. 잡초 같은 밑바닥 삶이 자신에게 다양한 자양분을 제공했다고. 학력과 학벌을 앞세운 ‘온실 속의 화초’들이 감히 생각하지 못하는 창의성으로 승부했다.

주변에 보리밭 속의 산삼을 행여 잡초라고 구박하지 않는지 살펴볼 일이다.

오일만 논설위원 oilman@seoul.co.kr

2014-11-0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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