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뒷산 자락에 나지막이 수줍게 숨어 있는 종로구 부암동으로 삶터를 옮긴 뒤로 아내는 반려견 ‘방울이’를 데리고 백사실 계곡으로 산보를 다니는 게 하루의 일과가 됐다. 생후 2개월 때 인연으로 13년째 식구로 지내온 녀석은 깜찍한 외모에다 온순한 성격, 명민한 머리로 늘 이웃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리고 그런 방울이에 대한 아내의 사랑은 늘 주위의 사랑과 정확히 비례했다. 산보를 나가 “어머 강아지 귀엽다”는 소리를 많이 들은 날엔 방울이 밥상이 달라졌다.
“절에 가서 기도하는데 문 밖에서 꼼짝도 않고 기도하는 걸 지켜보는 거 있지? 사람 같아.”, “사람으로 치면 환갑도 넘은 나이인데 어쩜 그렇게 나보다 더 잘 뛰어다닐 수 있어? 나이를 거꾸로 먹나 봐.” 아내의 방울이 자랑이 부쩍 늘었다. 퇴근해 집에 들어가면 족히 10~20분은 아내의 방울이 자랑 들어주는 게 일과가 됐다.
관심사가 방울이로 옮겨간 아내를 보며 바가지 긁히는 것보다야 백배 낫다 싶다가 아차 했다. 은퇴 후 필요한 것으로 ‘남편’을 꼽은 여성이 열에 둘도 안 된다지 않던가. 아내로부터의 탈출? 착각이다. 방출되고 있는 중이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절에 가서 기도하는데 문 밖에서 꼼짝도 않고 기도하는 걸 지켜보는 거 있지? 사람 같아.”, “사람으로 치면 환갑도 넘은 나이인데 어쩜 그렇게 나보다 더 잘 뛰어다닐 수 있어? 나이를 거꾸로 먹나 봐.” 아내의 방울이 자랑이 부쩍 늘었다. 퇴근해 집에 들어가면 족히 10~20분은 아내의 방울이 자랑 들어주는 게 일과가 됐다.
관심사가 방울이로 옮겨간 아내를 보며 바가지 긁히는 것보다야 백배 낫다 싶다가 아차 했다. 은퇴 후 필요한 것으로 ‘남편’을 꼽은 여성이 열에 둘도 안 된다지 않던가. 아내로부터의 탈출? 착각이다. 방출되고 있는 중이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2014-10-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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