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홍합탕/문소영 논설위원

[길섶에서] 홍합탕/문소영 논설위원

입력 2013-12-06 00:00
수정 2013-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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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초 스케이트장은 대부분 야외였다. 어린 시절 영하 17도까지 내려가던 청주에서는 별도의 스케이트 시설이 없어서 추수를 끝낸 논에 물을 채워 얼린 울퉁불퉁한 얼음에서 스케이트를 타야 했다. 머리가 쩡할 정도로 추운 겨울이 되면 매끄럽지 않은 얼음 위에서 놀다가 논두렁 간이 포장마차에서 어묵과 홍합탕으로 배를 채우며 추위를 녹이던 그때가 생각난다. 50원에 고봉밥 쌓듯 사발 한가득 홍합과 국물을 줬기 때문에 볼이 빨갛게 언 꼬마는 굉장히 좋아했다. 가격이 싸 서민적인 홍합을 나는 막연하게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등 조상도 좋아했을 음식으로 믿어 왔다. 홍명희의 소설 ‘임거정’에서 말린 홍합이 술안주로 나오지 않는가 말이다. 임거정은 조선 명종 때 의적이니 당연한 믿음이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홍합이 외래종이란다. 지중해 담치로 1900년대 중반 유럽에서 들어와 국내에서 양식됐다는 게 해양수산부의 설명이다. 1550년대 임거정이 술안주로 먹던 홍합은 다른 거다. 묘한 배신감을 느낀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2013-12-0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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