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열살 된 조카가 두발자전거를 탈 수 있다고 자랑을 한껏 늘어놓았다. 휴대전화로 찍은 동영상에는 두발자전거를 타는 의기양양한 조카의 모습, 그 옆에는 보조바퀴가 달린 네발자전거를 타는 앙증맞은 제 동생의 모습도 보인다. 더 어릴 적 세발자전거를 낑낑거리며 타는 것을 시작으로, 조그만 보조바퀴가 달린 네발자전거를 거쳐 마침내 두발자전거를 탄다는 것은 자못 뿌듯한 일일 터. 자전거에는 조카의 성장사가 오롯이 담겨 있다.
나에게도 어릴 적 동네 골목에서 두 발 자전거를 배우던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 자빠지기 일쑤였다. 오빠가 뒤에서 잡아줬지만 슬그머니 손을 떼면 앞으로 가던 바퀴가 어느샌가 비틀거리며 도랑으로 빠지곤 했다. 무슨 훈장이라도 되는 양 팔다리에는 빠알간 상처만 도드라져 보인 시절이었다.
요즘 한강변을 걷다 보면 쌩쌩 달리는 페달족들을 만난다. 쫄바지에 쫄티, 선수처럼 차려 입은 이들이 무리 지어 달리는 모습을 보면 부럽기 짝이 없다. 1000만 페달족 시대라고 한다. 그런데 난 여전히 걷기만 한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나에게도 어릴 적 동네 골목에서 두 발 자전거를 배우던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 자빠지기 일쑤였다. 오빠가 뒤에서 잡아줬지만 슬그머니 손을 떼면 앞으로 가던 바퀴가 어느샌가 비틀거리며 도랑으로 빠지곤 했다. 무슨 훈장이라도 되는 양 팔다리에는 빠알간 상처만 도드라져 보인 시절이었다.
요즘 한강변을 걷다 보면 쌩쌩 달리는 페달족들을 만난다. 쫄바지에 쫄티, 선수처럼 차려 입은 이들이 무리 지어 달리는 모습을 보면 부럽기 짝이 없다. 1000만 페달족 시대라고 한다. 그런데 난 여전히 걷기만 한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3-06-20 3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