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간호사 도우미/최광숙 논설위원

[길섶에서] 간호사 도우미/최광숙 논설위원

입력 2013-03-04 00:00
수정 2013-03-04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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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한 병원에 한 간호사를 졸졸 따라다니며 허드렛일을 돕는 이가 나타났다고 한다. 병원 직원도 아닌데 갑자기 출연한 그 아줌마의 정체가 다들 궁금해졌단다. 알고 보니 간호사의 엄마가 딸에게 붙여준 이른바 ‘간호사 도우미’였다. 간호사로 취직한 어린 딸이 피 묻은 고름 등을 닦아내는 등 궂은일을 하는 것이 ‘무섭다’고 징징거리자 그 엄마가 집에서 일하는 가사 도우미를 딸의 직장으로 파견한 것이다.

병원에서 일하는 지인으로부터 이런 얘기를 전해 들은 친구의 말을 듣자니 믿기 어려울 정도로 황당하다. 집에서 공주같이 자란 귀한 아이들이 병원에서 험한 일을 제대로 할 리 만무고, 그러다 상사로부터 한 소리를 들으면 부모가 더 흥분해 자식으로 하여금 사표를 쓰게 한다고 한다. 사표도 집에서 퀵서비스로 휙 날려 보낸다나.

철없기는 젊은 의사들도 마찬가지란다. ‘환자들이 이상하다’며 오랜 시간 전화통을 잡고 엄마한테 하소연하기 일쑤란다. 어찌하여 자식을 위해 뭐든 한다는 ‘헬리콥더 맘’은 갈수록 진화하는지 걱정스럽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3-03-0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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