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요리하는 남자/허남주 특임논설위원

[길섶에서] 요리하는 남자/허남주 특임논설위원

입력 2011-06-02 00:00
수정 2011-06-02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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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하는 남성이 늘고 있다. 요리법을 묻는 남성도 있다. 볶음 요리와 찌개는 실력이 붙었는데 국 맛내기가 어렵단다. 요즘 고민이란다. 일단 국물을 적게 잡아보라고 ‘팁’을 줬다.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좋아한다. 기력이 떨어진 직장인 아내의 아침잠을 단 5분이라도 늘려 주려는 남편의 마음 씀씀이가 고맙다.

의지하지 않고 독립하는 것이 당당해서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이라면, 중년 남성의 요리 도전이야말로 최고의 독립으로 칭찬받아야 하지 않을까. “남자는 부엌에 드나드는 게 아니다.”는 특별대우를 받고 자란 ‘아들’들의 독립이니까. 아이의 독립이야 자연스러운 성장과정이지만 중년의 독립이야말로 자신의 틀을 스스로 깨야만 하는 어려운 결단이 아닌가.

“나는 철저히 분업을 택했어. 아내는 요리하고, 나는 먹지!” 이런 남성이라고 흉볼 필요도 없다. 독립이 힘들수록 독립한 후가 더 당당한 법. ‘결단코’ 부엌에 들어가지 않겠다던 남성일수록 요리의 즐거움을 더 크게 느끼는 것 같다.

허남주 특임논설위원 hhj@seoul.co.kr

2011-06-0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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