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보고싶은 얼굴/최광숙 논설위원

[길섶에서] 보고싶은 얼굴/최광숙 논설위원

입력 2010-12-21 00:00
수정 2010-12-21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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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돌아가신 뒤라야 자식들은 “살아 계셨더라면”하고 목이 콱 메는 후회의 순간들을 맞는다. 좋은 일이든 힘든 일이든 함께 못해 허전하다. 2년여 만에 고향에 가니 부모님 생각이 더욱 간절하다. 겨울 찬바람 속에 휑하니 무덤에 누워 계신 모습을 보니 참으로 마음이 아린다.

자식이 많아도 정성이 닿지 않아서인지 어머니 묘에 이상한 잡풀이 나 있어 속도 상했다. 함부로 묘에 손 대면 안 된다고 해 내년 한식에 묘를 손질하기로 했건만 죄송한 마음 가눌 길이 없다. 그러던 차에 어머니를 꼭 닮은 팔순의 이모를 뵈니 휴대전화 카메라가 절로 움직인다. “왜 찍냐?”고 물으시기에 여동생 핑계를 댔다.

과거형의 사진에서 어머니를 만나는 것이 아쉬워 살아 계신 이모의 모습에서 현재형의 어머니를 뵙고 싶었던지 나도 모르게 셔터를 누른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여동생도 내 마음과 같은지 이모 사진을 보더니만 눈물이 핑돈다. 휴대전화 속에 저장된 이모 사진, 아니 어머니의 얼굴을 가끔 들여다 본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0-12-2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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