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추모/박대출 논설위원

[길섶에서] 추모/박대출 논설위원

입력 2010-12-10 00:00
수정 2010-12-10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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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부모님 산소를 다녀왔다. 연차 휴가로 틈을 냈다. 때늦은 성묘였다. 내심 찜찜했다. 다녀오니 마음이 편해졌다. 부모란 존재는 늘 그렇다. 변함없는 내리사랑이다. 자식은 기대면서도 당당하다. 문득 궁금해진다. 누굴 위한 성묘인가. 아들이 다녀간 걸 부모님이 아실까. 확인할 도리가 없다. 아시겠지 하고 그냥 믿는 거다.

추모란 이름의 행사가 많다. 가신 분을 기리는 이벤트다. 가신 분에겐 명예가 남는다. 그런들 알 도리가 없다. 아무래도 남은 이를 위한 것 같다. 마음이 편해지는 것만 해도 혜택이다. 제사를 모시고,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는 건 가족의 추모다. 선친 말씀이 기억난다. 형식적인 제사는 지내지 말라고 하셨다. 가신 분은 제사상을 차려주는지 알 도리가 없고, 남은 이에게 도움이 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 뭣하러 지내느냐는 말씀이셨다.

세밑 바람이 차다. 도움의 손길이 줄었다. 사랑의 열매 재단의 비리 탓인가. 추모든, 봉사든 본질은 하나다. 내가 편해진다. 온정이 늘면 좋겠다. 남이 아닌 나를 위해.

박대출 논설위원 dcpark@seoul.co.kr
2010-12-1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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