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매미/이춘규 논설위원

[길섶에서] 매미/이춘규 논설위원

입력 2010-08-09 00:00
수정 2010-08-09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아침에 일어나면 매미소리가 크다. 해마다 여름이면 아파트단지에서 매미들이 어김없이 울어댄다. 그런데 올여름 매미소리는 예년보다 조금 늦어져 궁금했다. 봄 저온현상으로 알에서 유충, 다시 네 번이나 상태를 바꾼 뒤 성체가 되어 가는 변태(變態)가 늦어졌기 때문이란다.

곤충채집 추억의 매미가 지금 도시에서 애물단지다.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 잠을 설치게 할 정도란다. 그런데 매미로서는 억울한 일이다. 매미는 4~17년 동안 땅 속에서 유충으로 산다. 힘든 나날 뒤 5% 이하만 성체가 된다. 이후 10~20일을 살다 가니 어찌 보면 참 귀한 손님이다.

우리의 매미는 순하다. 소리를 키운 건 소음이다. 수컷의 울음이 도시소음보다 커야 암컷들을 꼬드길 수 있어 시끄럽단다. 광섬유케이블을 뚫고 번식하려 해 인터넷회선을 마비시키는 일본 곰매미와 대비된다. 인고의 세월 끝에 짧지만 치열하게 살다 가는 매미. 찰나 같은 매미들의 일생을 생각하면, 우리네 인생은 한결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서두르지 말자.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2010-08-09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