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앵두/이춘규 논설위원

[길섶에서] 앵두/이춘규 논설위원

입력 2010-06-24 00:00
수정 2010-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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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 장독대 옆 앵두의 붉은 빛깔이 강렬하다. 올해는 적게 열려 씨알들이 굵다. 뙤약볕 아래 밀짚모자를 쓰고 잘 익은 앵두를 딴다. 입에 넣자 시큼하면서 단맛의 추억이 아련하다. 가족들에게 맛보이기 위해 그릇에 조심스레 담아 본다.

40년 전 앵두는 이즈음 시골어린이의 최고 간식이었다. 이때만은 앵두나무가 많은 집 아이들은 상전이었다. 아이들은 지혈에 좋다는 삐비를 먹었고, 뽕나무 열매 오디도 탐했다. 소나무 속피도 벗겨 먹었다. 그 간식들 중에서 기관지나 변비에 좋다는 앵두는 경쟁상대가 없었다.

앵두는 인기가 높다 보니 집안일을 돕거나 착한 일을 하고 나면 따먹을 특권이 주어졌다. 차지하기 다툼도 일었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앵두가 익으면 주인 없는 집에 아이들이 몰래 숨어들어 따갈 정도로 인기가 여전했었다. 몇 명 남은 고향마을 아이들 입맛도 변해버렸는가. 이제 앵두가 먹음직스러워도 몰래 따갈 아이들이 없다. 허허로운 농촌 여기저기 주인 잃은 앵두가 익어 짓물러 간다.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2010-06-2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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