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협 서울시 기획조정실장
“시민이 치안활동의 결과를 평가할 수 있도록 ‘주민자치경찰위원회’를 발족해야 합니다.”
여느 전문가들의 의견이 아닌, 지난달 25일과 31일 이틀간 이뤄졌던 ‘서울시 자치분권 원탁토론회’에 참여한 일반 시민들의 목소리다. 100여명의 시민들은 자치분권과 관련해 다양하고 수준 높은 의견을 제시하며 토론에 참석한 교수 등 전문가들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지금의 지방자치가 시민들의 향상된 의식 수준에 부응하는지 묻는다면 물음표를 붙일 수밖에 없다.
지방이 주민들을 위한 사업을 수행하려면 재정을 자체적으로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국세가 지방세보다 약 3배나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데 비해 지방의 예산은 중앙정부보다 1.5배나 많다. 결국 중앙으로부터 재정을 지원받는 지방의 자주성이 상실될 수밖에 없어 지방세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방의 행정환경에 따라 자체적으로 조직을 꾸릴 수 있는 권한 역시 이중삼중 법령으로 규제되고 있어 지방 사정에 맞는 행정 대응의 차질이 불가피하다.
최근 자치분권의 중요한 이슈인 ‘자치경찰’은 지역 주민과 밀착된 치안행정의 일부를 지방으로 이양하는 것이다. 주민의 요구 사항을 적극 반영한 주민 중심의 치안행정을 펼칠 수 있는 것은 물론 지방의 복지행정과 유기적으로 연계해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피해자 지원이 가능하다.
현 정부도 이런 지방자치의 중요성을 깊게 인식해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 등 다방면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로 넘어간 각종 법률 제·개정안은 기약 없이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내년이 총선이어서 법안이 폐기되지 않을지 더더욱 걱정이 드는 게 현실이다.
어렵게 불타오른 자치분권의 불씨를 다시 살리기 위해 서울시도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분권 전문가 협의회와 자치경찰 준비 태스크포스 등 내부적인 대응과 함께 시민들의 관심 확대와 인식 함양을 위한 각종 토론회와 강좌를 개최하고 있다. “정말 내 삶을 바꿀 수 있으려면 자치분권이 보다 확대돼야 한다”는 지난 토론회에서의 한 시민의 목소리가 귓속에 여운으로 남는다.
2019-11-08 2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