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비웅 경제부 기자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비상이 걸린 것도 당연하다. 성윤모 장관은 사고 이튿날 새벽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회의를 열고 사고 현장으로 부리나케 달려갔다. 출입 기자들에게 장관의 강릉 방문 일정을 알리는 것조차 잊을 정도로 급박하게 대응했다.
하지만 산업부가 이후 보여 준 대응은 사태 축소에만 급급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산업부는 사고 이튿날인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사고 시설은 수소충전소·수소차에 사용되는 수소탱크와는 안전성과 관리 기준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적으로 수소충전소에서 사고 발생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고, 수소충전소는 국제적으로 안전성이 검증된 기준에 부합하는 국내 시설안전기준에 따라 설치·운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폭발 사고가 빚어진 수소탱크에 대한 설명과 후속 대책 대신 수소충전소 얘기만 잔뜩 늘어놓은 것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찬물을 끼얹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산업부의 말대로 수소 자체의 폭발 위험성도 낮을 수 있다. 실제 이번 사고가 물을 전기분해해 만든 수소를 탱크에 저장한 뒤 다시 전기를 생산하는 연구개발(R&D) 실증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만큼 이례적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전국 석유화학과 반도체 등의 공장에는 수소탱크 4000여개가 설치돼 있다고 한다. 내부 압력이 높아지면 수소탱크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생생한 사례가 발생했음에도 “수소충전소는 안전하다”는 뜬금없는 해명만 내놓은 것이다. 향후 수소탱크에 대한 안전 대책을 어떤 식으로 마련하겠다는 등의 언급은 보이지 않았다.
특히 수소는 ‘위험물안전관리법’의 규제 대상이 아니어서 위험물 관리의 ‘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이번 수소탱크 사고는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 따라 안전 검사를 통과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불거졌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국민 안전보다 우선시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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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8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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